SK 김재현(사진)의 캐넌 홈런이 작렬하는 순간, 콜드게임은 기정사실이 됐다. 12-0으로 앞선 7회초 5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재현은 중국챔피언 텐진의 4번째 투수 쉬윈롱을 상대로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를 잡아당겨 우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SK의 마지막 14번째 안타이기도 했다. 이 홈런을 끝으로 SK는 7회말을 무실점으로 막고, 15-0으로 경기를 끝냈다.
도쿄돔 우측 외야석 중단에 꽂히는 비거리 110m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앞서 김재현은 4회에도 좌익수쪽 적시타로 타점을 올렸다. 3번타자 겸 지명타자로서 4타수 2안타 1볼넷 4타점. SK 김성근 감독은 전날(13일) 세이부전 3번 지명타자로 이재원을 기용해 대성공을 거둔데 이어 14일엔 김재현 카드까지 적중시켰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클러치 타자로 꼽히는 김재현은 단기전과 큰 경기에 강한 걸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시리즈 들어선 세이부전은 이재원에 밀려 선발 출전조차 못했다. 상대 선발이 좌완 호아시여서 왼손킬러인 우타자인 이재원에게 중책이 돌아갔고, 그는 4회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기록했다.
중국전에서야 김재현에게 차례가 돌아왔지만 첫 타석은 삼진, 두 번째는 포수 파울 플라이였다. 김재현은 선구안을 중시하는 스타일인데 타석에 들어서면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일관성 없이 넓어진 탓이 컸다고 했다. 여기다 예민한 김재현은 숙소인 도쿄돔 호텔의 공기가 맞지 않아서 목이 잠기는 등, 컨디션도 썩 좋지 못했다. 게임이 낮 12시에 열린 부분도 적응에 애를 먹였다.
그러나 김재현은 막판 세 타석에서 안타-볼넷-홈런으로 출루, 승부 근성을 보여줬다. 15일 대만 퉁이, 16일 결승전 등 이제부터 SK가 진정 중요한 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김재현의 페이스 상승은 SK 우승 전선의 길조가 아닐 수 없다. 퉁이의 원투펀치인 판웨이룬과 해크먼, 결승전 선발이 유력한 세이부 와쿠이와 기시가 모두 우완이기에 김재현의 ‘클러치 타임’은 이제부터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