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감독,“한국,강해질수있는희망을봤다”

입력 2008-11-20 17: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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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사우디전에서 쾌승을 거둔 허정무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얼굴은 지난 1년 중 가장 밝아 보였다. 허 감독은 2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뒤 킹 칼리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에 앞서 취재진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해 11월 핌 베어벡 감독의 사임 뒤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허 감독은 자신의 지난 1년과 현재의 전력, 앞으로의 행보를 전망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대견스럽고 고맙다. 사우디를 분석하고 준비한 끝에 최상의 결과를 얻어냈다.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 초반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전반 중반 이후부터 안정된 경기운영으로 사우디의 공격을 차단했다. 후반전에 들어선 한국은 12분 나이프 하자지(20, 알 이티하드)가 시뮬레이션 행위로 전반전 한 차례 받았던 경고를 또다시 받아 퇴장당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더욱 공격 속도를 높여 결국 적지에서 2-0 승리를 거둬 당초 목표였던 승점 3점 획득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최종예선 B조에서 2승1무 승점 7점을 기록, 아랍에미리트(UAE)와 1-1 무승부를 거둔 이란(1승2무 승점 5점)을 제치고 조 단독선두에 올라 월드컵 7회 연속 본선진출에 한발짝 다가서게 됐다. 또한 지난 1989년 이탈리아월드컵 최종예선전 승리 이후 사우디와의 역대전적에서 19년 동안 3무3패를 기록했던 아픔을 훌훌 털어내며 기세를 올렸다. 사실 이날 한국이 사우디에 2골 차 완승을 거두리라고 전망한 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사우디가 먼저 치른 우즈베키스탄전과 UAE전을 분석해 선수 구성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마쳤었다. 카타르에서의 전지훈련 역시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15,16일에 소속팀 리그 일정을 치른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31, 도르트문트), 박주영(23, 모나코), 오범석(24, 사마라) 등 해외파 선수들이 잘 해 줬다. 시차와 이동거리 면에서 이전 경기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피곤할 수밖에 없는 일정을 뒤로 하고 열심히 뛰어줘 고맙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사우디전의 승부처를 전반 초반으로 꼽으며 "제공권이 좋은 우리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상대가 장점을 보인 세트플레이 상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이를 대비해 사우디 현지 훈련에서 세트플레이 대비 훈련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반 초반, 결정적인 실점 상황에서 골을 내주지 않아 다행이었다. 만약 골을 내줬더라면 굉장히 어려운 경기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허 감독은 이번 사우디전에서 A매치(국가대표팀) 복귀전을 치른 이운재(35, 수원)가 후반 12분 하자지의 시뮬레이션을 상대로 보여준 노련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자지는 후반 12분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공을 몰고가다가 달려나온 이운재가 슬라이딩으로 막아서자 그라운드에 쓰러지며 페널티킥을 주장했다. 그러나 주심은 하자지의 시뮬레이션 행위를 정확히 간파, 그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고 사우디는 수적 열세에 몰려 한국전 완패의 쓴 맛을 보게 됐다. 현지 TV중계가 느린 화면으로 보여준 장면에는 이운재가 하자지의 시뮬레이션 발생 직전 재빠르게 슬라이딩하던 한 쪽 발을 빼 신체접촉을 피하는 모습이 있었다. 순간적인 노련한 판단이 선제골을 내줄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위기를 피하게 한 셈이었다. 허 감독은 "그 상황에서 이운재가 노련했기에 다행이었다. 경험이 없는 골키퍼였다면 하자지를 그대로 덮쳤을 것"이라며 "발을 잘 뺐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정말 큰 일 날 뻔 했다"고 이운재를 칭찬함과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우디전 승리에는 지난 UAE전 4-0 승리에 이어 이번 사우디전까지 2연승을 이끈 ´캡틴´ 박지성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허 감독은 "그라운드에 나서면 네가 감독이라고 말 해 줬다"며 "감독은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다. 가끔씩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원활한 의견교환이 안될 때가 있다. 이럴 때 주장이 중간자의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어야 한다. 박지성은 그 역할을 잘 해 주고 있다"고 흡족스러워 했다. 이밖에 그는 "이제 전력이 자리를 잡고 안정을 찾는 시점이다"며 "진작 해야 했던 세대교체가 (지금에서야 이뤄지고 있지만)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점점 커가는 선수들을 얻은 것은 지난 1년 간의 가장 큰 소득이다"고 평가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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