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전북권순태의권순학을향한응원 

입력 2008-1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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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생순학아!기죽지말고멋지게일어서자”
삼형제 중 둘째의 서러움을 아시나요? 집안을 책임질 맏이와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막내에 낀 게 바로 둘째들의 숙명입니다. 하지만 그 만큼 더 속 깊고 어른스럽기도 하죠. K리그 신인 드래프트가 있던 20일, 전북 골키퍼 권순태(24·사진)는 사흘 앞으로 다가온 6강 PO 못지않게 드래프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3살 아래 동생인 전주대 미드필더 권순학이 이번에 참가신청서를 냈거든요. 동생을 떠올리면 항상 가슴 한 쪽이 아려옵니다. 동생은 얼마 전 J리그에 진출한 동갑내기 사촌 배승진(요코하마FC)과 초·중·고교를 함께 다녔습니다. 배승진이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탓에 권순태의 부모님이 조카를 친아들처럼 돌봐 3명이 형제처럼 지내곤 했답니다. 학창시절 동생은 잘 나가는 사촌 배승진에 가려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공격성향이 강한 동생에게 수비만 강조하던 것도 힘겨운 짐이었고요. 축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던 동생에게 권순태는 자신이 졸업한 고교로 전학 올 것을 권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전학을 오자 이번에는 형의 그늘이 부담이 됐습니다. 권순태 역시 중학교 시절부터 각급 청소년대표를 오르내릴 정도로 기대주였거든요. 동생은 늘 잘 나가는 형과 동갑내기 사촌 사이에 낀 둘째와도 같은 존재였던 셈이죠. 또한 동생은 고교 시절 큰 부상을 당해 선수생명에 위기를 맞고 대학에 와서도 몸이 한창 올라올 때쯤 부상에 시달리는 등 참 굴곡이 심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를 볼 때면 권순태는 공을 차는 형의 모습이 부러워 축구를 시작한 동생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답니다. 하지만 동생이 올해 멋지게 재기에 성공해 유니버시아드 대표에도 뽑히고, 신인 드래프트까지 도전했다니 얼마나 대견스럽겠어요. 권순학은 이번에 어느 구단의 부름도 받지 못했습니다. 휴대폰을 들고 한참을 망설이던 권순태는 “순학아, 잔소리로 밖에 안 들리니 다른 말은 안할게. 대신 내년에 멋지게 한 번 보여줘라”고 말해줬답니다. 동생도 애써 밝은 목소리로 “걱정마라”고 형을 오히려 위로했고요. 전북이 성남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준PO에 오른 23일에도 “축하한다. 꼭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르라”고 가장 먼저 축하해준 것도 동생입니다.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누구보다 재능 있고 열심히 하는 녀석이니 꼭 한 번 지켜봐 달라”는 권순태의 말에서 이들의 깊은 형제애가 느껴지네요. 배승진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삼형제가 모여 소주 한 잔 기울인지도 꽤 됐다는데, 내년 겨울 드래프트가 끝났을 때쯤 이들이 소주잔을 앞에 두고 나눌 얘기가 더 기대됩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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