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 : 이 사람, 거의 매일 같이 술을 입에 달고 사셨네.
끼니마다 반주로 한 잔 정도는 마셨는 걸.
그 생활을 오래 했으니 뇌 세포가 망가지지 않고 배기겠어?
닉 : 그래도 피해자는 반주는 그렇게 매일 했을지 몰라도 폭음을 한 경우
는 별로 없었다는 걸. 정말 딱 반주 정도로 하루에 한두 잔 정도였는
데… 이렇게 심하게 뇌 세포가 망가질까?
새라 : 어차피 알콜이 들어가면 정도 차이는 있을 지 몰라도 결과는 마찬
가지 아냐? 술 취하면 필름 끊기고, 혀 꼬이고, 몸 둔해지고, 이런
게 뇌 세포가 손상되니까 그런 거잖아.
반장 : 글쎄… 새라가 잘못 알고 있는데.
그건 뇌 세포 손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야.
뇌 세포가 그런 식으로 폭음 한 번에 손상된다면 열 번 쯤만 폭음하
면 뇌 세포가 다 망가지지 않겠어?
닉 : 하지만 술이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 아닌가요?
반장 : 알코올이 뇌 세포 자체를 죽이는 건 아니야, 뇌 세포에서 뻗어나간
수상돌기에 손상을 입히는 거지. 하지만 그렇게 손상을 입어도 영
구적인 건 아니라서 매일같이 폭음을 하는 게 아니라면 술 때문에
뇌가 망가지고 뇌 세포가 죽었다고 속단하기는 어려울 거야.
새라 : 피해자는 하루에 한두 잔 정도를 마신 걸로 나왔는데 이 정도면 큰
문제는 없는 건가요?
반장 : 흠… 보통은 하루 한두 잔 정도는 뇌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들 하지. 그렇지만 뇌에 좋지 않은 다른 요인들과 겹친다면 시너지
효과란 게 있으니 얘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
닉 : 그리고 알코올 중독자들은 뇌가 쪼그라드는 게 보통이니까 확실히
과음을 계속하면 뇌에는 안 좋겠죠.
반장 : 게다가 알코올은 비타민 B1의 일종인 티아민 흡수를 방해하기 때
문에 베르니케 증후군이라는 병에 걸릴 수도 있다네.
이 증후군에 걸리면 잘 걷지 못하거나 눈 근육이 마비될 수도 있고
의식장애에 걸릴 수도 있지.
이 단계에서도 술을 끊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기 억력 상실에 치매
와 비슷한 상태가 되는 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발전할 수 있어.
새라 : 어쨌든 피해자는 술이 아닌 다른 원인도 찾아 봐야겠군요.
하긴 뇌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래야 말이죠.
닉 : 그래서 말인데, 역시 과음한 다음날에는 이구아나 달인 물이 최고란
말이야. 이건 뭐 술이 물이더라고…
새라: 이, 이구아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린 어디서 들은 거야!
닉 : 자네 그렇게 술을 물처럼 마셔대니 밤에 힘을 쓸 수 있겠나?
<수사결과>
피해자는 하루 한두 잔 정도의 술을 반주로 즐겼으며 이것만으로는 뇌 손상을 가져왔다고 판단하기 어려움. 적어도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됨.
[반장] 믿거나 말거나 모든 분야의 지식에 정통한 잡학수사대의 리더. 혼자 수사해도 되는데 도움 하나 안 되는 부하를 둘이나 거느리고 있다.
[새라] 성격 괄괄한 잡학수사대 여성수사관. 앙숙인 닉이 사고를 쳐서 반장에게 야단맞는 걸 즐긴다. 실패한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
[닉] 무개념 사고뭉치인 잡학수사대 남성수사관. 헌칠한 미남형이지만 정력이 약해 괴롭다. 몸에 좋다면 심지어 증거물을 먹어치우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