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하 수원 코치는 팀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창단 멤버 중 한 명입니다. 1994년 전남 구단이 창단될 때 억대연봉을 제시받고도 ‘우리도 곧 프로로 가니 조금만 더 함께하자’는 당시 이영무 이랜드 감독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 정도로 ‘정에 약한’ 남자이기도 합니다.
이랜드 프로화는 결국 무산됐고, 1995년 실업선수권이 열린 통영까지 찾아와 함께 뛰자고 한 수원 초대 사령탑 김호 감독의 제의에 수원 유니폼을 입으면서 그와 수원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박 코치가 ‘나는 수원 삼성에 오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같다’고 회상할 정도로 예사롭지 않은 인연입니다.
1996년 첫 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선수 시절 16차례나 각종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수원과 영광을 함께 했거든요. 수원이 전 관왕을 차지한 1999년 39경기에서 12골 6도움을 올린 일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그는 2006년부터 2년 간 플레잉 코치로 뛰다가 올해부터 정식으로 코치가 됐습니다.
차범근 감독과 이임생 수석코치가 팀 전술의 큰 밑그림을 그린다면 그는 후배이자 제자인 선수들을 다독이고 꾸짖으며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큰 형님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해 초조해하거나 이유 없이 슬럼프에 빠져 있다가 박 코치의 조언에 다시 재기한 선수도 여럿입니다.
수원은 2004년에 이어 4년 만에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선수시절 여러 번 우승의 달콤함을 맛봤지만 지도자가 된 후 처음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거라 긴장이 크다고 합니다. 박 코치는 빡빡한 시즌 일정과 피 말리는 경기에 따른 긴장과 스트레스를 딸 민영(3)이를 보며 풉니다.
결혼 후 5년 만에 어렵게 얻은 딸 이야기가 나오자 ‘복덩이’라며 연신 싱글벙글합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를 보고 “아빠 공 차러 갔다 와?”라고 앙증맞게 묻는 딸을 보면 하루의 고단함이 싹 달아난다네요. 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한 2006년에 딸이 태어났으니 올해는 우승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답니다. 딸에게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 내심 아쉽다는 그가 대신 우승 메달을 딸의 목에 걸어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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