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편지]하늘이무너지면구멍을찾으세요.

입력 2009-01-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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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상어입니다. 뭐 진짜 상어는 아니고, 로봇 상어입니다. 스물여섯 먹은 애송이 감독이 자기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를 만들었습니다. 근데 그 친구 나 때문에 골치 좀 아팠을거예요. 원래는 바다를 미친 놈처럼 휘젓고 다녀야 하는데 툭하면 물속에 가라앉고 고작해야 주둥이만 열었다 닫았다 할 뿐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철딱서니 없는 감독은 뭐가 좋은지 언제나 싱글벙글. 아마 영화 만드는게 무척 재미있었나봅니다. 어느날 감독이 스태프들과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더니 나를 고치는 대신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카메라를 상어의 눈이라 설정하고 내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미녀의 다리를 노려보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내가 추격하는 씬 대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장면들을 찍었습니다. 빈둥거리던 음향감독이 중책을 맡았습니다. 내 모습이 안보여도 충분히 공포를 느낄 수 있게 심장 떨리는 음악과 소리를 창조해냈습니다. 기억나시죠? ‘두둠 두둠’ 하면서 소름 돋게 만들던 그 효과음. 나중에 그 친구는 아카데미상을 거머쥐었지요. 본의 아니게 주인공인 나를 신비주의로 포장한 덕분으로 영화는 왕대박이 났습니다. 애송이 감독은 그 후로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자가 되어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아, 제 이름은 죠스입니다. 감독은 다 아시죠? 스티븐 스필버그.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잖습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구멍이 보일 겁니다. 낙심한 사람들은 고개 푹 숙이고 땅만 보는군요. 글쓴 이 : 이규창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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