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5년만에함께설쇠요”…홍성흔아내김정임씨의설레는설

입력 2009-01-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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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의 아내들은 늘 ‘희생’을 각오하고 결혼식장에 들어서야 한다.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이 1년 중 절반도 채 안되기 때문이다. 시즌 때는 원정 경기로 집을 비우기 일쑤고, 겨울에는 마무리 훈련과 전지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또 설에는 전지훈련, 추석에는 시즌이 한창이니 명절 한번 함께 보내기가 쉽지 않다. 한 해를 맞이하는 ‘민족 최대의 축제’ 설에도 남편에게 직접 끓인 떡국 한 번 먹여보는 게 소원이 될 수밖에 없다. 롯데 홍성흔의 아내 김정임(35) 씨도 그랬다. 2003년 12월에 결혼했지만 5년 동안 남편과 떨어져 명절을 맞아야 했다. 딸 화리의 손을 잡고 시댁에 가 차례를 지냈고, 국제전화로 “구단에서 단체로 끓여준 떡국을 먹었다”는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리움을 달랬다. 김 씨는 “사실 프로야구 선수의 아내로서 여러모로 좋은 점도 많다. 무엇보다 남편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랑스럽고 가슴이 벅차다”면서도 “명절 때 친척들과 차례 음식을 나눠먹거나 덕담을 주고받고 있으면, 우리 남편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남편과 함께 하는 부산에서의 첫 설. 김 씨는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홍성흔 가족에게 찾아왔던 수많은 변화들이 행운으로 돌아왔다. 첫째는 홍성흔의 포지션 변화. 롯데는 사이판에서 1차 전지훈련을 하는데, 21일에 출발한 투·포수조와 달리 야수조는 30일에 떠나기로 돼 있다. 예전이었다면 ‘포수’ 홍성흔도 꼼짝없이 조기 출발자 명단에 포함됐을 터. 그러나 올해부터는 달라졌다. 김 씨는 “늘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는데 올해는 하루라도 늦게 보낼 수 있어서 아내로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롯데 이적과 둘째 화철이의 탄생도 마찬가지다. 두산을 떠난 남편은 이제 사직구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아무리 설 연휴라고는 하지만 새 팀 적응과 새 시즌의 성적을 위해서는 잠시라도 훈련을 쉴 수 없는 상황. 25일과 26일 이틀간 받은 휴가도 반납한 채 개인 훈련을 하기로 했다. 따라서 김 씨는 이번에도 남편 없이 아이들만 대동한 채 강원도 원주에 있는 시댁을 방문할 뻔 했다. 하지만 생후 4개월 밖에 안 된 화철이를 안은 채 화리의 손까지 잡고 와야 하는 김 씨를 위해 시댁에서 “부산에서 남편과 함께 설을 맞으라”고 배려를 해줬다. 마침 홍성흔 가족은 현재 부산에 있는 김 씨의 친정에 ‘더부살이’ 중. 3월 중순이 돼야 새 집에 입주할 수 있어서 그렇다. 김 씨는 “결혼 후 처음으로 친정에서 설을 맞게 된 데다 가족이 다 모일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면서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도 든다. 집에 있어도 마음 한 구석은 불편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어쨌든 홍성흔 가족에게는 ‘넷’이 된 이후 처음 찾아온 설이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홍성흔은 평소 자주 가는 절을 찾아 조용히 불공을 드리면서 시간을 보낼 계획. 김 씨는 “평탄한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려 한다”고 귀띔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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