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남14만원짜리ML행‘설선물’

입력 2009-01-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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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최향남(38·사진)이 마침내 날개를 달았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재도전이 눈앞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미국 프로야구 포스팅시스템에서 최향남이 101달러(14만원)에 응찰됐다”고 발표했다. 소속팀 롯데는 29일까지 KBO에 수용 여부를 밝혀야 하는데, 이미 최향남을 양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롯데 이상구 단장은 27일 “선수 본인의 의사가 확고한 만큼 흔쾌히 미국에 보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향남도 “25일 단장님을 만나 적극 돕겠다는 의사를 들었다. 최고의 설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입찰 구단은 예상대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소속된 세인트루이스. 우여곡절 끝에 따낸 응찰이다. 계약 직전 롯데가 느닷없이 포스팅시스템을 권유해 벽에 부딪혔지만 최향남 측은 “이적료가 단 1달러라도 보내주겠다”는 롯데의 제안을 앞세워 세인트루이스 담당자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당초 “복잡한 과정을 거칠 마음은 없다”고 포스팅 입찰을 거절했던 세인트루이스도 그 열정에 탄복해 마음을 돌렸다. 최향남은 이상훈(1998년·LG)-진필중(2002년·두산)-임창용(2002년·삼성)에 이어 포스팅시스템을 거친 네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101달러는 전임자들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 액수. 현지에서의 조건도 좋지 않다. 지난해 연봉 1억원을 받은 최향남은 올해 미국에서 계약금 없이 월급 7500달러만 받고 던져야 한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도 초청받지 못한다. 미국으로 출국하는 3월까지 훈련할 장소는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최향남은 “단 한 번이라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게 내 소원이다. 그 날을 위해 어떤 시련도 이를 악물고 견뎠다. 앞으로도 그럴 자신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세인트루이스는 최향남에게 최적의 구단이다. 명장 토니 라루사 감독이 이끌고 있지만 방망이에 비해 마운드가 약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불펜은 확연히 무게감이 떨어진다. 주전 마무리 제이슨 이스링하우젠의 부상으로 뒷문도 불안하다. 롯데 불펜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최향남으로서는 빈틈을 노려볼 만한 팀이다. 최향남은 일단 세인트루이스 산하 트리플A 멤피스에 둥지를 튼다. 그러나 그는 “일단 마이너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올려주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했다. 데이브 던컨 투수코치도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멤피스에 종종 들러 최향남의 투구를 점검하기로 했다. 서른아홉 노장이 새 걸음마를 떼기 직전이다. 배영은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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