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지성테헤란입성…지옥을보여주마

입력 2009-0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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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디스타디움이 천당이 될 지, 지옥이 될 지는 경기 후 얘기하자.” 결국 모든 것은 한 길로 통한다. ‘캡틴’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11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치러질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이란과의 4차전을 이틀 앞둔 9일 오후 ‘적의 심장부’에 첫 발을 내디뎠다. 혈전까지는 정확히 48시간 전. 수많은 인파의 환영을 받으며 당당한 걸음으로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박지성의 얼굴에는 ‘비장감’이 엿보였다. 7시간에 걸친 비행에 대한 피로나 여독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느껴졌다. 겸손보다는 자신 있는 한 마디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리 다에이 감독에게 신임을 받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바드 네쿠남의 도발적인 발언에 대해선 “천당이 될지, 지옥이 될지는 경기를 끝낸 뒤 다시 얘기하자”고 짤막하게 일축했다. 네쿠남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최고의 선수인 박지성도 10만 관중이 가득 들어찬 아자디스타디움에서는 맥을 추지 못할 것이다. 바로 여기가 한국축구의 지옥이 될 것”이라는 도발적 발언으로 허정무호를 자극했다. 박지성은 이란에서도 영웅이었다. 현지 언론들은 맨유에서 훌륭한 기량을 과시하는 박지성을 별도 특집 기사로 다룰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칭찬에 인색한 다에이 감독도 “박지성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허정무호에 합류한 시점에서 바뀐 게 있다면 “박지성은 언제 오느냐”란 질문이 “이제 박지성이 합류했느냐”로 바뀐 정도. 이날 공항에는 박지성을 알아보고 휴대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현지 팬들이 상당수 보였다. 박지성은 이란축구에 대해 나름의 자신감을 갖고 있다. 더욱이 현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아자디스타디움에서 골 맛을 본 태극전사이기도 하다. 고지대에 대한 걱정은 수년 전에 이미 떨쳐버렸다. 그는 2000년 6월 LG컵 4개국 친선대회 마케도니아와 승부에서 결승골을 뽑아 2-1 승리를 일궜다. 더욱이 당시 대표팀을 허정무 감독이 지휘했기 때문에 의미는 훨씬 크다. 박지성은 “이번 경기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가장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라고 인정했지만 “우리가 오래 전부터 준비를 잘 해왔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 승점 3을 확보하면 남은 일정이 편해지므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체력에 대한 걱정도 전혀 없다. 박지성은 9일 웨스트햄과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교체로 출전했으나 공교롭게도 인저리 타임을 포함해 고작 6분 출전에 그쳤다. 개인에게는 아쉽겠지만 허정무호 입장에서 보면 ‘하늘이 도운 셈’이다. 본인 스스로도 “체력적인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20여 분도 채 안되는 짧은 인터뷰였지만 곧바로 훈련 장소인 아자디스타디움으로 향하는 뒷모습에선 ‘왜 박지성일 수밖에 없는지’가 느껴졌다. 테헤란(이란)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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