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춤짱우리딸…장녹수서노바디로

입력 2009-02-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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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나밖에 없는 저희 딸아이의 이야기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얼마 전에 라디오를 들으며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어느 프로그램에선가 전미경 씨의 ‘장녹수’ 노래가 나왔습니다. 그 노래를 들으니 문득 우리 딸이 애기였을 때 생각이 납니다.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제 딸아이가 3살도 채 안 됐을 때 얘깁니다. 그때쯤 한창 장녹수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도 그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었는데 처음 시작할 때 음악이 나오면 제 딸아이가 그 음악을 들으며 박수를 치고 좋아하는 겁니다. 그러더니 그 장녹수 음악만 나오면 벌떡 일어나 빙빙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한국무용을 따라하기 시작하더니 춤사위가 어느 순간 비슷하게 변하는 겁니다. 저희 부부는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드라마 시작할 때 노래 나오는 부분을 비디오에 녹화했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그 비디오를 틀어줬습니다. 그러면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간식을 먹고 있다가도 바로 텔레비전 앞으로 와서 춤을 추곤 했습니다. 가끔은 잠깐 슈퍼를 가거나, 빨래를 해야 할 때, 녹화해 두었던 장녹수 비디오를 틀어놓곤 했습니다. 그러면 혼자 있어도 울지 않고 아주 잘 놀았습니다. 도대체 장녹수 노래 어느 부분이 좋아서 그렇게 흠뻑 취해 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딸애는 장녹수 노래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자다가도 드라마 시작하는 시간은 귀신같이 알고 벌떡 일어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장녹수 노래를 또 심취해서 듣고 있다가 주변에 있던 기저귀를 들고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하는 겁니다. 기저귀를 양손에 들고 목 뒤로 넘기기도 하고, 한 손에 들고 흔들기도 하고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아주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만 그러는 게 아니라 그 뒤로도 드라마 시작할 때 장녹수 음악이 나오면 기저귀를 찾아들고 춤을 추는 겁니다. 그런데 추는 춤사위도 어깨를 덩실덩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고전무용으로 추고, 거기다 마지막 포즈까지 마무리도 확실한 겁니다. 그걸 보고 얘한테 앞으로 무용을 가르쳐야 되나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저희 형편이 그럴 정도는 아니었고, 나중에 장녹수 드라마가 다 끝나니까 춤추는 것도 얼마 안 가 시들해졌습니다. 그랬던 우리 딸 어느새 커서, 고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됐습니다. 이번에 가게 된 고등학교 교복을 얼마 전에 맞춰줬는데, 너무 예쁩니다. 이제는 거의 숙녀티가 납니다. 아무 탈 없이 지금까지 잘 자라 줬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자식이 하나뿐이라 그런지 딸애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예쁩니다. 우리 딸에게 바라는 건 앞으로 고등학교 3년 꿈을 가지고 좋은 친구들 사귀고, 좋은 추억 만들며 잘 지내는 것뿐입니다. 얼마 전엔 요즘 요즘유행 하는 노바디 춤을 제 앞에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귀여운 우리 딸 지금처럼만 밝게 자라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서울 성동|김선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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