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퍼거슨·무리뉴‘앙숙대결’헛발질

입력 2009-0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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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앙숙의 대결은 결국 올드 트래포드에서 결판나게 됐다. 챔피언스리그 16강의 길목에서 만난 인터 밀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대결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퍼거슨이 챔피언스리그의 결승전이나 마찬가지라고 평한 이 경기는 시작 전부터 영국 언론과 팬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프리미어리그 1위의 맨유와 이탈리아 세리아 1위 인터 밀란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점, 특히 퍼거슨과 무리뉴라는 두 명장의 맞대결에 현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비록 퍼거슨이 무리뉴와의 12번 대결에서 단 한번의 승리만을 기록했지만 영국언론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말로 디펜딩 챔피언 맨유의 근소한 우세를 전망했다. 초반부터 예상 밖으로 맨유의 맹공이 이어지자 TV와 라디오로 각각 생중계하던 ITV와 BBC의 맨유 편들기는 점점 심해졌다. 경기 전 무리뉴가 전망했던 두 가지가 보기 좋게 틀렸다는 점을 부각하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무리뉴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평소처럼 4-4-2진영으로 맨유를 상대하겠지만 맨유는 분명 평소와는 다른 변칙전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맨유는 어웨이에서 수비 위주의 경기로 무승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전망을 곁들였다. 그러나 경기는 중계진이 흥분할 만큼 맨유의 압도적 우세 속에 진행되었고, 전반을 마친 후 맨유가 경기를 지배했음에도 불운과 상대 골키퍼의 선방으로 골을 기록하지 못했음을 옥의 티 정도로 지적했다. 결국 무리뉴는 후반 시작과 함께 선수교체를 했고 변경된 4-3-3으로 맨유에 맞섰다. 무리뉴의 처방은 즉시 효과를 발휘해 인터 밀란은 후반에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해 맨유를 괴롭혔다. 그러나 중계진은 무리뉴의 이런 대처능력을 평가하기 보다는 전술을 바꾸는 것은 자신이 아닌 퍼거슨일거라던 무리뉴가 먼저 진영을 바꾸었다고 비꼬는가 하면 수비 위주로 나올 거라는 무리뉴의 전망도 완전히 빗나갔음을 지적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전망이 빗나간 것은 무리뉴만이 아니다. 퍼거슨은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어웨이 골을 기록해 올드 트래포드에서 편안한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골을 만들어 내는데 실패했다. 그래서인지 영국 현지의 호의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세한 경기 속에서 어웨이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퍼거슨의 모습이 밝지만은 않게 보였다. 요크|전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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