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맨유물오른자신감vs첼시물먹은용병술

입력 2009-0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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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석에 자리를 잡은 조제 무리뉴, 파비오 카펠로, 카를로스 퀘이로스 그리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 언론들까지 몰려든 올드 트래포드는 경기 전부터 다시 보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라 불릴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호날두의 페라리 교통사고를 겨냥해 호날두가 죽었으면 하는 첼시 팬들의 자극적인 노래에서 이 경기의 패배가 가져올 후폭풍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12일 새벽(한국시각)에 벌어진 맨유와 첼시의 물러설 수 없는 대충돌은 맨유가 왜 EPL 10회 제패에 빛나는 영원한 우승후보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35세의 노장 긱스를 선택한 퍼거슨의 용병술은 맨유가 미드필드를 장악하며 볼 점유율을 비롯한 모든 통계에서 첼시를 압도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됐다. 유효슈팅에서 6-1이라는 수치가 증명하듯 첼시는 별다른 찬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경기 후 퍼거슨과 스콜라리가 모두 인정한 첼시 공격진의 이런 부진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맨유 수비진의 완전무결함에 있었다. 부상 중인 리오 퍼디난드를 대신한 에반스와 비디치는 드록바와 아넬카의 파트너십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특히 비디치는 센터 백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코너킥에 공격가담을 했고 결국 전반 막판 올드 트래포드를 떠나갈 듯이 만든 선제 헤딩골을 만들어냈다. 비디치의 이런 공격력은 그의 빈자리를 빈틈없이 메워준 박지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은 물론이다. 경기 전 많은 골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퍼거슨과 특히 전반은 0-0으로 끝날 거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은 결과적으로 빗나갔다. 그 결정적 원인이 된 비디치의 선제골은 스콜라리가 후반 모험을 건 공격적인 전술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되었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박지성도 예상치 못한 첼시의 3골차 패배는 전적으로 위험을 감수한 자신의 경기 운영에 있었음을 스콜라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깨끗이 인정했다. 어린 산토에게 경기 경험을 주기 위해 조 콜과 교체한 스콜라리의 용병술도 몸값을 못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한 베르바토프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세 번째 골을 선사하게 만들었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로 희망을 피력하긴 했지만 스콜라리는 ‘이 날의 경기 내용만 놓고 본다면 첼시의 리그 우승은 물 건너갔다’고 단언할 만큼 맨유는 라이벌 첼시에게 참담한 패배를 안겼다.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 승점을 1점밖에 추가하지 못한 리버풀의 베니테즈가 부디 무승부로 끝나길 바란다는 덕담(?)까지 한 이 경기에서 맨유가 3-0의 편안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디펜딩 챔피언 맨유의 선두 탈환은 이제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너무도 편안하게 인터뷰에 임하는 퍼거슨의 경기 후 모습에서 왕좌를 지킬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영국|전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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