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전남 박항서 감독.[스포츠동아 DB]

박항서
전남 박항서 감독.
[스포츠동아 DB]


전남 구단 관계자들이 2009시즌 새로 이적해 온 선수들과 식사를 하러 갔을 때다. 한국적인 정서상 음식이 나오기 전 컵에 물을 따르는 등의 일은 응당 가장 어린 사람들의 몫. 그러나 3년 선배 안효연이 그 일을 하는데도 이천수는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보다 못한 한 직원의 지적에 그때서야 “죄송합니다”며 컵을 건네받았다는 후문. 전남 관계자는 “심성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장면을 바꿔보자. 수원-전남전이 벌어진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이날 이천수는 1골1도움으로 이름값을 제대로 해냈다. 뿐만 아니다. 전반 15분 동료 김응진이 쓰러지자 하프라인에서부터 달려가 위로를 건넸고, 후반 26분 반칙 후에는 후배 이상호에게 미안하다는 표시를 했다. 전반 45분 경고를 받고도 순순히 수긍했다.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장면. 그러나 ‘달라지겠다’고 호언장담한 이천수에게 뒤통수를 맞은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팀이 유럽행을 보장하지 않으면 6개월 쉴 수도 있다”는 폭탄발언, 수원 임대 후 불성실한 훈련으로 임의탈퇴, 개막전에서의 주먹감자 등. 이천수가 이번이 ‘마지막 기회’임을 알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앞으로는 ‘죄송할 짓’을 하지 말아야만 하는 이유다. 박항서 감독은 “(이)천수가 변해가고 있다. 팬들의 사랑을 다시 많이 받을 수 있게 격려 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언론’이 아닌 이천수 스스로의 몫일 것이다. 수원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