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김명중“잘나가는골잡이비결?無心이죠”

입력 2009-05-0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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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변신한 광주상무 김명중(왼쪽)이 득점 후 양팔을 활짝 펴고 그라운드를 질주하고 있다. 김명중은 정규리그에서 5골 2도움을 올리며 광주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스포츠동아DB

“행복하냐고요? 쑥스럽긴 하지만 당연하죠.” 올 시즌 K리그 그라운드를 후끈 달구고 있는 젊은 예비스타가 있다. 신분부터 남다르다. ‘군 팀’ 광주 상무의 최전방 공격수인 김명중(24)이 그 주인공. ‘쐈다’하면 ‘명중’이니,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행복하냐’는 물음에 곧장 대답이 나온다. “멋쩍어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라고. ○불운 끝에 얻은 행복, 운이 아닌 실력으로 올 시즌 K리그 공격 전 부문에서 김명중은 상위권을 달린다. 정규리그 5골로 슈바(전남·9골) 이동국(전북·7골)에 이어 3위를 달리고, 공격 포인트도 총 7개로 6위에 올라있다. 상승세의 비결은 무심(無心). “잡념을 버린다. 그저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하자는 생각 밖에 없다”는 김명중은 프로 데뷔 5년차다. 오산 성호초등학교 5학년 때 반 대항 축구를 하다 우연히 코치의 눈에 들어 축구화를 신은 그는 문일고-동국대를 거쳐 2005년 포항에 입단했지만 그 해 3월 피로골절로 수술대에 올랐다. 필드를 누빈 것은 꼭 8차례.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2006년과 2007년에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각각 13번, 11번 출전했으나 경고를 3회씩 받은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포인트는 없었다. “‘한 경기 뛰고 서너 게임 쉬는’ 불규칙한 출전에 밸런스를 잡기 어려웠다.” 결국 길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군 입대. 상무 이강조 감독은 김명중에게 ‘스트라이커’라는 새 보직을 맡겼다. 포항에서 수비형 및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왔기 때문에 불안하긴 했지만 이 감독의 믿음은 확고했다. “내가 보기에 넌 공격수야.” 이 한 마디는 그의 인생을 바꿨다. 입대 첫 해인 작년 시즌, 31경기에 나서 7골·2도움을 올려 도약의 발판을 다졌으니 이 감독의 선택이 옳았던 셈이다. ○내 힘의 원천은 8할이 부모님 6월이면 병장 계급장을 달게 될 김명중은 “부모님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김용철 씨·57세)와 어머니(최동남 씨·53세)는 자식의 출전 경기를 보기 위해 제주도만 빼고, 전국 구장을 다 돌아다녔다. 집이 있는 오산에서 아무리 멀어도, 날씨가 험해도 경기장은 꼭 찾았다. ‘축구를 시작하며 철이 다 들었다’는 아들은 아무리 관중이 많더라도 경기장에서 부모님을 금세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부모님이 오면) 어깨를 살짝 감싸는 포근한 기분이 느껴진다.” 최근 언론 노출이 잦아진 아들의 모습에 부모님도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단다. 아들과 관련된 모든 기사를 스크랩하는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 “내 이름이 들어간 기사는 빠짐없이 정리하신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6일 강원을 꺾고 4박5일 포상 외박을 받은 그가 ‘황금같은’ 휴가기간 내내 집에만 머문 것도 그 이유였다. “딱히 할 일도 없고, 술도 못 마시고. 생활 자체가 건조하다. 괜찮은 여자 친구 좀 소개해 달라”고 엄살을 떨었지만, 실은 부모님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몇 번 안됐던 외출 중의 하루는, 1일 ‘친정팀’ 포항과 대전의 K리그 경기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 방문이었다. “할 일 없어 놀러왔다”는 김명중과 킥오프 전, 대면한 포항 파리아스 감독은 “왜 이렇게 잘해? 살살 좀 하라”는 뼈있는 농담으로 반가움을 드러냈다. 김명중은 전역을 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된다. 그러나 팀을 떠난다는 생각은 아직 해본 적이 없다. 포항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픈 욕심에서다. 자신의 프로 무대 공격 포인트 전부를 광주에서만 올렸으니 당연하다. 또 존경하는 선배 김기동도 있다. “(김)기동이 형은 평생의 롤 모델이다. 항상 노력하고, 꾸준한 몸 관리로 모든 후배들의 귀감이 된다. 해외? K리그도 벅차다. 광주에서의 마지막 시즌인 올해에는 10골 이상 넣고, 태극마크의 꿈을 이뤄내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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