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이종욱…‘WBC 영웅 잔혹사’

입력 2009-06-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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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안타깝지만 ‘그라운드 잔혹사’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의 준우승 신화를 일궈냈던 영웅들이 그라운드에서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이번엔 두산 톱타자이자 대표팀 1번타자로 활약했던 이종욱이 부상을 당했다. 이종욱은 2일 광주 KIA전 8회말 수비 때 2루수 김재호와 충돌 후 목부위가 찢어져 피를 흘리면서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응급 후송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스파이크 징에 찍혔고, 다행히 신경에는 손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해보인다.

선두타자 김종국의 빗맞은 타구는 묘하게 중견수와 2루수 사이에 떨어졌고, 뜬 공을 쫓아 돌진하던 2루수 김재호와 이종욱은 콜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충돌하고 말았다.

김재호의 왼쪽 무릎에 얼굴을 강타당한 이종욱은 그대로 쓰러진 채 목부위에서 피를 흘렸고, 구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에 실려 한국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응급차에 실려 갈 때 의식은 있었지만 충돌 당시에는 적잖은 출혈과 함께 뇌진탕과 같은 큰 부상이 염려될 정도로 아찔한 장면이었다. 목 부위가 김재호의 스파이크에 걸려 많이 찢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WBC 영웅’의 그라운드 잔혹사, 시작은 이용규였다.

KIA 이용규는 4월 7일 광주 SK전에서 펜스 플레이를 하다 오른 복사뼈가 골절, 아직까지 그라운드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무리한 과욕과 섣부른 펜스 플레이, 여기에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재질이 딱딱한 펜스의 아쉬움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이용규는 2일에서야 러닝 훈련을 시작했고, 일러야 7월 중순에야 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악몽의 주인공은 한화 김태균이었다. 김태균은 4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상대 포수 최승환과 충돌, 넘어지며 머리를 땅에 세게 부딪혔다. 병원 진단상으로는 원인을 뚜렷하게 찾기 어렵지만 어지럼증은 계속 됐고, 참다 견디지 못한 김태균은 지난달 29일 결국 자청해서 2군으로 내려갔다.

계속되는 ‘WBC 영웅’들의 줄부상이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광주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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