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품은김덕현,한국新뛰었다

입력 2009-06-0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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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현.스포츠동아DB.

“작년에 쓴 맛을 좀 알았어요. 독기 좀 품었습니다.”

김덕현(24·광주광역시청)의 눈매가 매서웠다. 5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3회 전국육상경기 선수권 남자세단뛰기 결승. 김덕현은 4차 시기에서 17m10을 뛰며, 2006년 경북 김천에서 열린 제87회 전국체전에서 세운 본인의 이전 한국기록(17m07)을 경신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체전 남자세단뛰기 6연패. 하지만 2008년은 김덕현에게 시련의 시기였다. 단 한번도 17m 벽을 넘지 못했고, 전국체전에서도 2위로 물러났다. 고등학교 2학년 이후 국내정상의 자리에 있었기에 충격은 컸다.

김덕현은 “외국인 코치와 나는 잘 맞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아르메니아 출신의 수렌 가자리안 코치는 김덕현의 도움닫기 방식을 바꾸려고 했지만 역효과였다. 의욕도 떨어졌고, 훈련량도 자연스레 줄었다.

지난 해 10월 전국체전 이후, 김덕현은 중학교 3학년 때 자신을 발굴해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던 김혁(32) 코치의 품에 다시 안겼다. 김 코치는 “작년 겨울, (김)덕현이의 체력은 고등학교 수준까지 떨어졌었다”면서 “우선 체력보강에 힘썼다”고 했다. 김 코치가 첫 눈에 ‘세단뛰기를 위한 체형’이라고 느꼈을 정도로 타고난 몸. 6개월간의 맹훈련을 통해 몸속에서 잠자던 감각이 시나브로 깨어났다. 5월27일, 중국 쿤산에서 열린 아시아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세운 17m06은 부활의 신호탄 이었다.

세계적인 수준과 격차가 큰 한국육상에서 김덕현은 가장 경쟁력 있는 선수다. 이미 2007오사카세계선수권에서 12명이 겨루는 파이널에 진출, 9위를 차지했었다. 한국이 세계선수권에서 10위 안에 든 것은 1999세비야세계선수권 남자높이뛰기에서 이진택(37)이 6위를 차지한 이후 처음 있는 경사였다. 현역으로 세계선수권 파이널에 진출한 선수는 김덕현이 유일하다.

이제 김덕현의 목표는 8월 베를린세계선수권 슈퍼파이널(8명) 진출. 시즌 세계랭킹이 8위(17m10)로 올라섰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혁 코치는 “올 시즌 내로 17m30을 뛰겠다”고 밝혔다. 17m30은 올시즌 세계5위권의 기록이다.

대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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