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20m칩샷,우즈신화허물다

입력 2009-08-1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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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챔피언십4R 14번홀그림같은이글…골프황제‘역전불허’공식깨고극적우승
‘바람의 아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무너뜨리며 세계 골프역사를 새로 썼다.

양용은은 1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 주 채스카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파72·7674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제91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7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기록,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 대회 챔피언 탄생이다. 2000년 최경주가 한국인 최초의 PGA투어 멤버가 된지 10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타이거 우즈의 우승 공식도 깨졌다. 3라운드까지 선두로 나선 메이저 대회에서 14승 무패, PGA 투어에서 50전 47승 등의 기록을 세우던 세계랭킹 1위 우즈의 신화도 세계랭킹 110위 양용은에게 산산조각이 났다. “우즈는 통산 70승이고 나는 1승으로 비록 확률은 적지만 내 골프를 하겠다”던 양용은의 기세에 우즈의 우승 기록은 제동이 걸렸다.

온 몸을 흰색으로 감싼 양용은은 최종라운드 붉은 옷의 승리 신화를 자랑하는 우즈와의 맞대결에서 주눅 들지 않았다.

퍼트 불안으로 리듬이 깨진 우즈를 압도하며 플레이를 이끌어갔다. 마치 골프황제가 뒤바뀐 듯한 모습이었다.

2타차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양용은은 천천히 기회를 엿봤다. 티샷은 안전하게 보냈고, 퍼트는 조심스럽게 다뤘다.

13번홀(파3·248야드) 위기를 파로 막아내며 공동 선두로 올라선 양용은은 14번홀(파4·352야드)에서 찾아온 역전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티샷을 그린 앞까지 보낸 뒤 두 번째 친 칩샷이 홀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면서 그림 같은 이글이 터졌다. 애써 양용은을 외면하며 자기 공만 응시한 우즈도 버디를 기록했지만 1타차 역전으로 선두의 얼굴이 달라졌다.

이때부터 우즈는 ‘양용은 우승드라마’의 조연에 지나지 않았다. 회심의 버디 퍼트는 홀을 빗나갔고, 반드시 넣어야 할 파 퍼트는 말을 듣지 않았다. 우즈는 볼을 향해 뭔가 주문을 외웠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팽팽한 기싸움은 18번홀(파4)에서 끝났다.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러프에 떨어졌지만, 양용은은 하이브리드로 친 두 번째 샷을 핀 2∼3m 부근에 붙이면서 우즈에 결정타를 날렸다.

반드시 버디를 성공시켜야 연장전을 기대할 수 있었던 우즈는 그린 왼쪽 에지에서 친 샷이 빗나가면서 무너졌다.

2퍼트만 기록해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양용은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확실한 팬 서비스로 마무리했다.

보디빌더 출신답게 양용은은 18홀 그린에서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자신의 캐디백을 번쩍 들어올리는 세리모니를 한 뒤 이날 경기를 위해 플로리다에서 날아온 아내 박영주 씨를 껴안고 잠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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