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만년2군투수’고효준첫승사냥 

입력 2009-10-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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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준.스포츠동아DB

김성근감독이먼저생각난까닭
10일 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손시헌의 타구가 우익수 박정권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자 SK 고효준(26·사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프로 데뷔 후 포스트시즌 첫 승. 승리가 결정된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아내도, 부모님도 아닌 김성근 감독이었다.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라고 주저하던 고효준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감독님 얼굴이 떠올랐다”며 멋쩍게 웃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훈련을 혹독하게 시키기로 유명하다. 시즌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훈련량까지 많으니 선수 입장에서 마냥 좋을 리만은 없을 터. 하지만 고효준은 “고마운 분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만년 2군 투수’였던 고효준은 지난해 11월 생활고 때문에 김 감독과 면담을 갖고 트레이드 요청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조금만 더 열심히 하라”는 충고로 그를 설득했다. 그리고 지난 겨울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고효준을 1군으로 불러올렸다. 그 역시 강한 의지로 올 시즌 11승을 올리며 팀 주축투수로 우뚝 섰다. 고효준이 짜릿한 승리를 거머쥔 순간, 김 감독의 얼굴이 떠오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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