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가을이야기]김정남‘딱’소리에온집안이웃음꽃

입력 2009-10-2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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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스포츠동아 DB

“정남아! 여기 좀 봐봐!” 어디선가 애타는 부름이 들려옵니다. 19일 한국시리즈 3차전 8회말. 막 대타로 첫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입니다. 대기 중이던 SK 김정남(23·사진)이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립니다. 그러다 형 김정훈(26) 씨를 발견합니다. 맨 꼭대기에 앉아있는 줄 알았더니, 어느새 관중석 그물 앞까지 달려 내려와 있습니다. “왜?” 입모양으로 묻습니다. 그러자 형이 활짝 웃으며 돌아섭니다.

김·정·남, 그리고 68번. 형이 입은 SK 유니폼 상의 뒤편에 동생의 이름과 등번호가 선명합니다. 지급받은 유니폼은 여분이 부족해 가족들에게 선물하지도 못했습니다. 워낙 무명의 신인 선수라 판매용 유니폼이 흔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형이 직접 동생의 이름을 박아서 입고 온 겁니다.

신이 나서 타석에 들어섭니다. ‘딱’. 타구가 오른쪽 외야 한복판에 떨어집니다. 프로 데뷔 후 포스트시즌에서 때려낸 첫 번째 안타. 대주자로 교체돼 덕아웃으로 돌아오다 말고 흘끗 형이 있던 자리를 올려다봅니다. 목청껏 만세를 부르는 형의 모습.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할머니와 부모님도 형과 함께 문학구장을 찾았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아버지 김창기(46) 씨는 아들의 안타에 축배를 들다가 그만 취해버립니다. 평소에도 마음이 여린 어머니 이승남(48) 씨는 기쁨의 눈물부터 쏟아냅니다. 어려운 형편에 야구하는 막내를 뒷바라지하면서 수많은 희로애락에 익숙해졌던 부모지만,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건 또다른 감격이었나 봅니다.

아버지는 주차장에서 아들을 만나자마자 한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말없는 하이파이브 한 번에 자랑스러운 마음이 충분히 전해집니다. 그리고 식사 내내 막내의 성균관대 시절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김정남은 생생히 기억합니다. 지난해 8월,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 모교가 우승하던 순간 마운드로 달려가 투수와 끌어안던 기쁨을 말입니다. “올해는 운이 좋아 백업 포수로 가을잔치에 참가했지만, 은퇴 전에는 꼭 당당히 마스크를 쓰고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 올 가을 김씨 집안 막내가 온 가족을 행복하게 했듯이, 언젠가는 온 인천에 기쁨을 안기고 싶다는 꿈입니다.

문학|스포츠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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