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고 우승컵을 들고 있는 최나연. 스포츠동아DB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얼짱골퍼’ 최나연(22·SK텔레콤)이 영종도의 칼바람을 뚫고 시원한 우승 소식을 전했다. 이제 더 이상 승부의 고비에서 떨지 않았다. 최나연은 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열린 미 LPGA 투어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총상금 170만 달러)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기록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마리아 요르트(스웨덴), 청 야니(대만·이상 9언더파 207타)을 1타 차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 9월 삼성월드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시즌 2승째다. 최나연의 우승으로 2007년(수잔 페테르센)과 2008년(캔디 쿵) 연속 외국 선수에게 넘겨줬던 우승컵을 다시 찾아오게 됐다.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를 보탠 최나연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밀어내고 상금랭킹 5위(122만 달러)로 올라섰다.
청 야니와 함께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최나연은 전반에만 3타를 줄이는 선전을 펼쳤지만, 함께 경기에 나선 청 야니와 3위 마리아 요르트가 각각 4타와 5타를 줄이면서 한때 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좀처럼 선두 자리를 되찾지 못하던 최나연은 15번홀(파4)에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95야드 지점에 친 두 번째 샷이 홀 1m에 붙었고, 침착하게 버디로 연결시켜 공동선두에 복귀했다. 청 야니는 12번홀(파3)에서 보기로 1타를 잃고 선두자리에서 내려온 뒤, 그대로 경기를 마쳤다.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는 더욱 흥미진진했다. 3명의 선수가 1타차 경쟁을 펼쳐 연장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한 차례 우승을 경험한 최나연은 더 이상 새가슴 선수로 기억되던 옛날의 최나연이 아니었다. 여유가 묻어났다.
치열한 우승 경쟁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끝났다.
공동 선두 마리아 요르트와 3위 청 야니 모두 장타자이기 때문에 최나연으로서는 버디를 하지 않으면 우승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티 샷은 모두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가장 먼저 최나연이 세컨드 샷을 시도했다.
211야드를 남겨두고 19도 하이브리드 클럽을 꺼내들었다. 조금 짧았지만 그린 앞에 떨어져 충분히 버디를 노릴 수 있는 위치. 그린을 노린 청 야니의 샷은 벙커에 빠졌고, 공동 선두였던 마리아 요르트는 4번 아이언으로 친 볼이 오른쪽으로 밀려나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행운의 여신이 최나연의 손을 들어준 순간이었다.
최나연은 12야드 지점에서 세 번째 샷으로 칩인을 노렸지만 홀 바로 앞에 멈춰 버디로 홀아웃. 우승을 확정지었다. 벌타를 먹은 요르트는 파로 마무리하면서 버디를 기록한 청 야니와 함께 공동 2위로 내려앉았다.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신지애(21·미래에셋)는 버디 3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2언더파 70타를 쳐 6위(합계 3언더파 213타)로 경기를 마쳤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 5점을 추가해 141점으로, 2위(131점) 오초아(공동 44위)와 격차를 더 벌리는데 성공했다.
홍란(23·먼싱웨어)은 4위(6언더파 210타), 김송희(21)는 5위(4언더파 212타), 박세리(32)와 박인비(21·SK텔레콤)는 공동 7위(2언더파 214타)에 올라 한국 선수 6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LPGA 투어는 6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미즈노 클래식으로 이어진다.
영종도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