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우승 후유증…“돈싸움에 돌겠네”

입력 2009-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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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굴 잇단 불협화음 왜?
해태 시절이던 1997년 이후 12년 만이자, KIA로 주인이 바뀐 뒤 9시즌 만에 첫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오른 타이거즈가 혹독한 ‘우승 후유증’을 겪고 있다. 거사를 성취하면 논공행상이 따르고, 기분 좋은 논공행상에도 불협화음은 나오게 마련이지만 올해 말 KIA의 경우는 유별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끄럽다.


○최희섭, ‘내가 5억원을 부른 이유는….’

1차 연봉협상을 끝낸 뒤 불만을 드러낸 최희섭은 16일 3억5000만원을 제시한 구단에 5억원으로 맞선 이유를 설명했다. “한일 챔피언십을 치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갈 때 이미 구단이 내년 연봉으로 3억5000만원을 책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난해 (3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삭감할 땐 나도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내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우승도 했고, 자존심도 보상받고 싶었다. 그래서 (구단 예상 제시액에)지난해 깎였던 금액 1억5000만원을 보태 5억원이라 말한 것”이라고 했다. 5억원을 꼭 받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자신의 기대와 달리 섭섭하게 나오는 구단에 맞불을 놓고 싶었다는 말이다.


○상충되는 입장

조범현 감독의 재계약이 한달여 시간을 끌고서야 접점을 찾은 것은 계약기간이 아닌 금액 차이 때문이었다. 프리에이전트(FA) 장성호와 구단이 별다른 진척 없이 감정만 상한 것도 입장이 서로 달라서고 최희섭 역시 마찬가지다. 연봉을 받는 쪽에선 ‘한 푼이라도 더’ 받고자 하는 게 인지상정이고, 구단은 우승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합리적인 선’을 중시하려 한다.


○우승 보너스 배분에도 잡음

KIA는 최근 선수단에 한국시리즈 우승 보너스를 지급했다. 배당금 26억원에 모그룹 지원금 9억원을 보태 총액 35억원 정도다. 프런트 보너스도 여기에서 배분된다. 한국시리즈에 출전한 선수들은 몇 등급으로 나눠 지급받았는데, A급으로 평가된 선수가 1억원, 다음이 8000만원, 6000만원의 순서다. 모 선수는 “지난번(페넌트레이스 우승 확정으로 구단이 푼 5억원) 때 A급으로 분류됐던 누군가는 이번엔 C등급을 받았고, 또 다른 선수는 자기가 왜 B등급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어떤 기준으로 등급을 나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선수들은 바뀌는데 프런트는?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100%%’라는 건 없다. 입장이 상충되는 협상에선 더 그렇다. “내년에 성적이 좋지 못하면 연봉이 다시 팍 깎일게 아니냐. 올해 준우승도 아니고 우승한 것인데, 당연히 선수 입장에선 많은 대우를 받으려고 한다”는 말처럼 선수들은 ‘당장 내년에’ 더 많은 돈을 받으려 한다. 구단과의 협상에 앞서 동료들과 정보도 교환하는 등 과거보다 훨씬 치밀해졌다.

구단은 그래서 ‘선수 탓’만 할 수 없다. 장성호와 어긋난 감정, 최희섭의 폭발에서 보듯 ‘돈 협상’은 상대와의 치열한 신경전이라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좋지 않은 빌미를 제공해서도 안 된다. 그런 면에서 KIA 프런트는 얼마나 변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아직도 우격다짐이나 ‘안면’으로 밀어붙이던 옛날 해태 시절의 구단행정은 아닌지를.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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