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소금’ 이승호

입력 2009-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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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결혼한 SK 이승호는 4년 만의 억대연봉 복귀라는 땀으로 일군 값진 결실을 신부에게 선물할 수 있게 됐다. 사진제공 | SK 와이번스

5일 웨딩마치 꿈같은 신혼
4년만에 억대 연봉도 복귀



SK 좌완 이승호(28)는 늘 톱이었다. 군산상고 시절엔 전국대회 우승 에이스였고, 데뷔 첫해(2000년)부터 창단구단 SK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SK의 창단 첫 경기인 2000시즌 개막전(대구 삼성전) 세이브 투수가 바로 이승호였다. 프로 데뷔 첫 상대타자는 이승엽(현 요미우리)이었는데 내야땅볼로 잡아냈다.

데뷔 시즌에 선발, 마무리를 오가며 10승12패9세이브를 거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는 부상당한 송지만을 대신해 태극마크를 달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혈질로 소문난 SK 안용태 초대 사장이 이승호에게만은 예외적으로 단 한번도 호통 치지 않고, 애지중지했을 정도다. 이후 2001년 14승, 2004년 15승을 거뒀다. 그리고 연봉이 1억3500만원까지 치솟았다. 부상 탓에 3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한 2005시즌이었지만 구단은 1억1500만원을 지급했다. 그만큼 팀내 공헌도가 높았고, 비중이 컸다.

그러나 한 번 다친 어깨를 회복하기까지 3년 이상의 세월을 지불해야 했다. 수술 대신 재활을 하려다 2006년을 실패했고, 그해 10월 결국 칼을 댔다. 2007년을 전부 기약 없는 재활에 바쳤지만 꿋꿋이 견뎠다. 그해 SK는 창단 첫 우승을 일궜지만 이승호는 ‘잊혀진 선수’였다. 지난 5일 결혼한 신부가 곁에서 그 고독을 이겨낼 힘이 돼줬다.

포기하지 않은 이승호는 SK가 첫 우승의 열매를 만끽할 무렵인 가을캠프부터 투구를 재개했고, 2008년 6월 24일 마산 롯데전에서 1361일 만에 승리를 거뒀다.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4홀드로 우승에 절대적 공헌을 했다.

그리고 2009년 데뷔 이래 최다인 68경기에 등판했고, 3년 만에 100이닝(106이닝)을 넘겼다. SK가 포스트시즌에서 오뚝이 야구를 펼칠 수 있었던 일등공신 중 하나였다. 국가대표로도 복귀해 WBC 준우승에 기여했다.

그 헌신을 인정해 16일 SK는 1억3500만원의 연봉을 안겨줬다. 4년 만의 억대 연봉 복귀다. 밑바닥에서 다시 솟아올랐기에 그 가치가 남다른 이승호의 억대 연봉 재진입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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