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운재. 스포츠동아DB
지난해 12월에 벌어진 축구대표팀 체력 훈련 때였습니다. 덩치 큰 한 선수가 힘겹게 그라운드를 달렸습니다. 동료들보다 한 바퀴 이상 차이가 났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리를 움직였습니다.
주인공은 조카뻘 후배들과 함께 개인 통산 4번째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팀 주전 수문장 이운재(37·수원)입니다.
대표팀의 최고참으로 월드컵을 맞이하게 된 그에게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마지막 무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남아공월드컵 경기에 출전하면 황선홍, 홍명보와 함께 한국축구 선수로는 3번째로 월드컵 4개 대회에 출전하는 대기록을 수립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월드컵을 해를 맞이한 이운재의 눈빛은 그 여느 때보다 날카롭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4강 신화’를 창조할 때 이운재는 전 경기를 모두 소화했습니다. 특히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스페인 호아킨의 승부차기를 막아낸 것이 한국의 4강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항상 밝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한 때 간염으로 고생했습니다. 2007년에는 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 음주 파동으로 축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번의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여전히 태극호 수문장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운재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한국의 골문을 지켜야 합니다. 부상 등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주전 골키퍼의 중책은 그의 몫입니다.
이전까지 이운재가 참가했던 월드컵에서는 선배 중에 수비수들이 있어 부담이 덜했지만 이번에는 월드컵 경험이 거의 없는 후배 수비수들까지 챙겨야 합니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거미손’ 이운재는 그러한 부담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A매치 123회 출전이라는 대기록이 이를 증명해줍니다. 든든한 지킴이 이운재가 한국의 역대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버팀목이 되어줄 것으로 믿습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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