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천안 유관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V리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경기에서 삼성 가빈이 공격을 하고 있다.
V리그 남자부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켜낸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쉽지 않았다. 4라운드에서 최대 5승 1패, 최소 3승 2패를 예상하던 신 감독은 이례적으로 외국인 공격수 가빈을 크게 칭찬했다.
경기 전, “4라운드가 고비가 될 것”이라던 그는 최근 지친 기색을 보인 가빈의 컨디션을 묻는 취재진의 물음에 “가빈의 체력은 전혀 걱정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날 가빈은 33득점을 쓸어 담으며 높이를 자랑해 온 상대 수비를 무력화했다.
사실 신 감독은 ‘가빈 빠진 삼성화재는 빈껍데기’라는 외부 평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가빈이 팀 공격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비난이 일지만 배구를 잘 모르는 분들이 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네트를 갈라놓고 하는 배구의 특성상, 컨디션이 좋은 특정 선수에 공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구는 축구, 야구와는 전혀 다르다. 한 선수를 에이스로 만들 수밖에 없다.”
동료들도 같은 생각이다. 고희진은 “가빈의 공 점유율이 가장 높지만 우리가 제대로 못 받쳐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팬들은 우리가 패하면 ‘왜 저걸 (해결) 못 하냐’고 가빈을 탓할 텐데, 동료 입장에선 그저 미안할 따름”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가빈도 “동료의 믿음과 신뢰가 없다면 지금의 난 없다”고 화답했다.
30대 노장들이 주축을 이룬 삼성화재는 몇 시즌 째 세대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용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빈에 볼이 몰리는 것을) 뻔히 알고도 못 막지 않느냐”는 모 배구인의 뼈 있는 한 마디는 신 감독과 고희진이 털어놓은 ‘가빈을 위한 변명’이 일리 없는 얘기가 아니란 것을 설명해줬다.
천안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