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Q‘강심장’재클린을만나다] “1년간 열심히 싸워 강호동 머리 확 밀었죠”

입력 2010-0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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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계에서 나 모르면 간첩!” SBS ‘강심장’을 통해 화제가 된 재클린은 연예계에서 ‘미용실의 강마에’로 불리는 뷰티숍 원장.그녀의 손을 거치는 헤어 스타일은 곧바로 ‘트렌드’가 된다.

‘강심장의 여인’ 재클린을 아십니까?
강심장 출연진들 “재클린, 재클린” 알고보니 강호동 10년지기 가위손
김효진·황혜영·김명민 등 단골…유승호 ‘삐딱 커트’도 그녀 손에
“왜 재클린이냐고요? 본명이 좀…”
재클린. 요즘 인기 높은 SBS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이 외국 이름이 결코 낯설진 않을 것이다.

진행자인 강호동을 비롯해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인 김효진이 거의 매 회 화제로 거론하는 그녀. 90년대 인기 그룹 투투의 멤버 황혜영은 10여년 만에 TV에 반가운 모습을 드러내며 컴백 일성으로 재클린이란 이름을 거론했다. 자신의 ‘강심장’ 출연을 적극 권유한 게 바로 재클린이었다는 것이었다.시청률 20%대에 육박하는 ‘강심장’의 인기와 더불어 재클린에 대한 시청자의 궁금증도 커져만 갔다. 강호동, 김효진, 황혜영 등이 단골인 서울 강남의 어느 미용실 원장이란 사실 외에 알려진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아갔다, 재클린을.

“영원히 의문의 여인(?)으로 남고 싶다”며 인터뷰 요청에 여러 차례 손사래를 쳤던 그녀. 예정에도 없던 커트를 한 달 동안 두 번이나 하고 나서야 재클린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했다. 마침내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물어보니 소문대로 재담꾼이다.

“옷차림으로 미루어 헤어에 대해서도 까다로울 듯한데…저한테 아무 말 없이 두 번이나 머리를 맡기셨으니, 저도 한번 맡겨보려고요.” 실제 이름부터 묻자 재클린은 한사코 밝히기를 꺼렸다. “오래 전부터 업계에서 재클린이라 부르고 있고 본명은 사실 ‘촌스럽기’ 때문”이란 게 속사정이었다.


○ 그녀, 미용계의 강마에


가위 잡은 재클린의 인상을 요약해보자면, ‘미용계의 강마에’라고 해둘까. 커트의 순서도 특이했다. 대개는 머리를 감고 대충 말리고 난 후 자르기 시작하는데, 그녀는 머리카락을 드라이기로 기어이 죄다 ‘일(一)자’로 펴놓고 나서야 가위를 잡았다. 도대체 이것은 무슨 의식인가. “새 옷을 들여놓기 전에 옷장 정리하는 마음이랄까요.” 비유가 그럴 듯 했다.

그렇다면 그녀의 10년 지기라는 강호동은 한결같이 짧아 펼 머리도 없을 텐데….

“그냥 밀죠 뭐.” 재클린은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가위 끝에 집중했다.

잠시 후, 그녀는 “세상에 답이 안나오는 머리는 없다”고 대뜸 말했다. ‘강심장’에서 김효진이 우스개로 말해 화제가 됐던 ‘강호동의 대책 없는 헤어스타일’을 의미하는 듯 했다. 다만 캐릭터의 변화를 꺼려한 강호동 본인이 수년째 ‘밀면 그만’인 머리 모양을 고집한 것일 뿐. 하지만 “지난 해 열심히 싸워 끝끝내 바꿔놓지 않았냐”며 재클린은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젠 더 드라마틱한 변화도 꿈꿔볼 수 있을 듯 했다. 재클린은 ‘아주 짧은 머리 안에서만’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심은하와 김명민

재클린의 손길을 거쳐 간 스타는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비결을 물어보니, 재클린은 “카리스마?”라며 소리 내어 웃었다. 과연 ‘미용계의 강마에’답다.

재클린은 어찌하여 자리 잡기 녹록치 않다는 강남 미용계의 셀러브리티가 될 수 있었을까. 그녀는 “심은하”라고 말했다. 심은하는 마지막 작품인 2000년 영화 ‘인터뷰’에서 단발머리를 크게 유행시켰는데, 그 스타일링의 주인공이 재클린이었다. 그녀는 당시를 떠올리며 “시험 보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영화 속 역할에 대해 1분 정도 설명을 들은 뒤 아주 짧은 시간에 머리 모양을 만들어야 했지요. 촬영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었어요. 전 그냥 느낌대로 과감하게 손을 댔지요. 그런데 심은하 씨는 그게 좋았나 봐요.”

변신의 귀재로 불리는 김명민도 재클린의 고객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줬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른바 ‘베바 펌’도 그녀의 작품. 김명민과 오랜 대화와 시도 끝에 나온 곱슬머리는 극중 강마에의 시니컬한 성격과 지휘자란 직업을 단번에 설명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작용했다.


○유명인사의 고충

유행과 멋에 민감한 연예인의 머리 모양을 만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재클린은 “투쟁”이라는 격한 단어로 귀를 솔깃하게 했다. 멋이 나는 사람을 더 멋지게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게다가 멋을 알아버린 스타들은 대개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는 식의 스스로 틀이 있어 이를 깬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때문에 그녀는 “신경전의 연속인 건 사실”이라며 옅은 한숨을 지었다.

‘‘강심장’에 등장하는 재클린이 바로 당신이냐’며 요즘 그녀가 운영하는 뷰티 숍 ‘라 떼뜨’를 찾는 손님들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적어도 이름은 유명해진 요즘, 달라진 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컴플레인(Complain:불만)이 현격히 줄었다”며 미소지었다. 불만의 실체는 무엇일까.

“제 인상이 좀 까칠하잖아요. 성격도 살가운 편이 아니라 처음 온 손님은 당혹스러워 하죠. 또 이렇게 하면 머리 망치는 거 뻔히 아는데, 해달라는 대로 해주지도 않고….”(웃음)

그럼 자신의 이름을 전 국민에게 알린 ‘강심장’에 감사 인사차 특별 출연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재클린은 다시 까칠함으로 자신을 무장했다. “연예인이 나가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나오는 자리인데 무슨 망신을 당하라고요!”


○Tip ‘스타 헤어숍’ 따라잡기

TV나 영화, 잡지 등에 나오는 유명 스타들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하고 싶다면 서울 도산공원 사거리에서 출발해 학동 사거리를 지나 청담 사거리까지 다녀보자. 인기 스타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신 트렌드에 맞게 변신하는 곳이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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