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 송강호의 영화·친구·삶] 송강호! 후배들은 그를 ‘짐승’이라 부른다

입력 2010-0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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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호는?
91년 극단 연우무대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다 97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영화로 눈을 돌렸다. 97년 ‘넘버3’에서 말더듬는 대사가 인기를 모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99년 영화 ‘쉬리’에 이어 ‘공동경비구역 JSA’로 흥행 배우로 떠올랐다. 박찬욱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복수는 나의 힘’ ‘박쥐’로 호흡을 맞췄다. 봉준호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과 ‘괴물’에서 함께 작업했다. 2006년부터 ‘괴물’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로 4년 연속 칸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으스스한 기분까지 든다”는데…

강동원은 송강호를 가리켜 ‘짐승’이라고 표현했다. 연기할 때 내뿜는 힘을 옆에서 볼 때면 “으스스한 기분까지 든다”고 했다. 송강호와 강동원이 주연해 2월4일 개봉하는 영화 ‘의형제’(제작 다세포클럽)를 연출한 장훈 감독의 생각도 같다. 장훈 감독은 “송강호 선배가 현장에 없을 때 우리는 그를 ‘짐승’이라 불렀다”고 했다.

함께 하는 후배 연기자와 제작진으로부터 ‘짐승’이란 독특한 찬사로 불리는 이 남자. 하지만 카메라가 멎으면 가족들 챙기느라 바쁜 남편이자 아빠이며 친구들과 소주 한 잔 하는 40대 아저씨의 평범한 일상을 산다. 그와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날에도 “어젯밤 후배 정재영과 한 잔 마셨다”며 “재영이가 우스갯 소리로 후배들에게 양보 좀 하라더라”고 말하며 특유의 키득거리는 웃음을 내뱉었다.

#1 1년에 한 작품…오래 쉬면 몸이 근질


- 출연 작품이 많아 그런 말을 듣는 게 아닐까.

“1년에 한 편 꼴이다. 딱 적당하지 않나. ‘우아한 세계’와 ‘밀양’을 했던 2007년이 유일하게 두 편이 겹쳤다. 다작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매년 한 편씩 해서, 아니면 흥행이 좀 잘 된 영화 덕분이 아닐까. 굉장히 많이 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한 편 끝내고 3∼4개월 뒤에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는 게 적당하고 생각한다.”


- ‘박쥐’로 고생을 해서 ‘의형제’는 쉬어가자는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손쉬운 선택은 아니다.”


- 정말인가.

“하하. 대체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건가. 남파공작원과 전직 국정원 직원이란 시나리오 속 설정이 재미있었다. 10년 전 ‘쉬리’에서 국정원 요원으로 나왔는데 그 사이 분단에 대한 접근이 많이 달라졌다. 소프트해지고 이념보다 사람 중심이 됐다. ‘의형제’에서 맡은 한규에게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오경필, ‘우아한 세계’의 강인구가 중첩된다. 큰 형님 같고, 가장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생활고가 비슷하다.”


- 신인 장훈 감독과의 작업을 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를 보고 내공이 상당하다고 느꼈다.”


- 이번 영화에서는 유난히 뛰는 장면이 많다. 구두를 신고 아스팔트를 뛰다 허벅지 부상도 당했다는데.

“한 달 내내 계속 뛰었다. 방향을 급히 틀다가 허벅지 섬유질이 찢어졌다. 정말 별 액션을 다했다.”


- 부상당할 땐 무슨 생각이 드나.

“큰일났구나. 그래도 계속 뛴다. 뛰어야 하니까.”
#2 흥행 자신?…아녜요, 손해 안 끼칠 뿐이죠


- 촬영을 끝낸 뒤 ‘의형제’ 완성본을 처음 보고 어떤 느낌이었나.

“새 작품을 시작할 때면 늘 두렵다. 특히 촬영 전 고사를 지낼 때 가장 두렵다. ‘야! 이거 어쩌나’ 하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 필모그래피의 많은 영화들이 대부분 흥행에 성공한 편이어서 은근히 자신감도 없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절대로. 하지만 생각해보면 또 크게 손해를 끼친 작품은 없는 것 같다. ‘박쥐’도 돈은 벌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손해도 보지 않았다. 이건 모든 배우들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 ‘박쥐’의 김옥빈에 이어 이번엔 강동원이다. 젊은 배우들은 당신에게 한 수 배웠다고 했지만 반대로 그들로부터 에너지를 받았을 텐데.

“맞다. 사실 김옥빈은 잘 몰랐다. 그녀가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얼굴을 찾아봤을 정도였다. 아! 이렇게 말하면 옥빈이가 화를 내려나? 하하! 에너지를 주고받는 느낌이 놀라웠다. 김옥빈이란 배우의 존재가 다시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강동원. 이 친구의 은근한 인간적인 매력이 영화 인물에 투영되는 걸 봤다. 선배로서 고맙기도 했다.”

#3 ‘영감’같은 강동원…편안하고 빛이 나요


- ‘의형제’는 두 남자의 영화다. 강동원과 기 싸움도 있지 않았을까.

“둘이 같이 가는 버디무비인데 기싸움은 할 필요가 없었다. 앙상블이 중요했다.”

송강호는 강동원의 이야기만 나오면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1월 초 열린 ‘의형제’ 제작보고회에서 “활동하는 배우 가운데 가장 빛나는 배우”라고 했던 말이 빈말은 아니었던 듯 인터뷰 자리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강동원은 자기를 포장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나이 또래 배우가 그러기 쉽지 않다. 동원이 나이 때는 자신을 자꾸 감싸려고 하고 대중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동원이는 마치 영감님 같다. 술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정말 편안하게 느껴지는 후배이기도 하다.”


- ‘박쥐’로 상 하나쯤 기대했을 텐데, ‘의형제’로도 기대하나.

(이때 그는 기대어 있던 소파에서 허리를 앞으로 세우더니 손사래를 쳤다)“그동안 상은 많이 받았다. 칸영화제도 마찬가지다. 칸은 어떤 형식이든 한 작품에 상이 하나다. ‘밀양’이나 ‘박쥐’가 상을 탔으니 그것은 내게도 같은 명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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