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달걀 배불리 먹는 날”

입력 2010-0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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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원 “나에게 설은…”
귀한 명절음식 제치고
달걀 하나면 베리 생큐
먼저 어릴 적의 기억. 최정원(사진)은 오빠와 둘이서 조부모의 슬하에서 컸다. 할머니는 함경도 분으로, 옛날 어르신들이 대개 그렇듯 남아선호가 지극히 강하셨다.

그러다 보니 아침 식사 때마다 달걀 프라이는 늘 그녀의 오빠 밥 위에만 올라갔다.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때론 이불 뒤집어쓰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오빠가 먹다 뜨거워 흘리면 야금야금 핥아먹던 기억도 난다.

이런 불쌍한(?) 동생이 원 없이 달걀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설이었다. 불고기, 부침개 등 맛난 명절 음식을 다 젖혀놓고 삶은 달걀만 먹어댔다. 그러다 급체해서 병원에 간 적도 있다. 최정원은 지금도 공연연습 때 단원 중 누가 달걀 반찬을 싸오면 제일 먼저 젓가락이 간다.

두 번째 에피소드. 결혼해서 이듬해 첫 설이 됐다. 큰집에 간 남편이 집안 어르신들 앞에서 “우리 와이프는 공인이다 보니 매년 차례에 못 올 수도 있다. 양해해 주시라”고 닭살 선언(?)을 하더니 식기세척기를 떠억 내놓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어디 그럴 수야 있나. 집안의 막내 귀염둥이 며느리 최정원은 매년 설이면 아침 일찍 큰집에 가서 차례 지내고 설거지까지 다 마친 후에야 공연장으로 간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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