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력 향상 탁월…은퇴후 경륜 전향도
“야, 당장 새 타이어로 바꿔!” 선수들은 헌 타이어가 좋은데, 지도자는 계속 성화다. 2009년의 여름, 태릉을 뜨겁게 달구던 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의 훈련 풍경이다. 남녀 500m 올림픽 동시 제패를 이룬 대표팀의 영광 뒤에는 지독한 사이클 훈련이 있었다. “페달을 밟은 만큼 성적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빙판을 밀고, 다시 스케이트를 제 자리로 당기는 동작에서 승패가 결정된다. 이 동작은 페달을 민 뒤, 원위치를 시켜 추진력을 얻는 사이클과 유사하다. 미는 데 쓰이는 대퇴사두근(허벅지앞쪽)과, 당기는데 쓰이는 대퇴이두근(허벅지뒤쪽)이 두 종목 모두 중요하다.
사이클을 통한 보조훈련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데는 ‘빙속의 전설’ 에릭 하이든(52)의 영향이 컸다.
하이든은 1980레이크플래시드동계올림픽에서 500·1000·1500·5000·1만m등 전 종목을 휩쓴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선수. 하루최대 100km씩 페달을 밟으며 올림픽의 꿈을 다졌던 하이든은 은퇴 이후, 프로 사이클에도 진출했다.
한국에서도 2006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남자대표로 활약한 최재봉(30)이 2009년, 경륜선수로 전향한 바 있다.
대표팀 김관규(43) 감독은 근지구력 향상에 탁월한 사이클의 효과를 알아보고, 사이클 훈련 횟수를 주1회에서 주3회까지 늘렸다. 선수들은 사이클에 타이어를 매달아 부하를 더 크게 한 상태에서, 태릉선수촌내 트랙과 아스팔트도로를 달렸다. 장거리 선수들은 태릉을 벗어나 경기도 포천까지 다녀온 적도 있었다.
사이클에 매다는 타이어도 종목별로 다르다. 타이어 한 개의 무게는 보통 10∼15kg. 체육과학연구원 윤성원(54) 박사는 “스피드-파워가 중요한 단거리 선수들은 주로 무거운 타이어를 달거나 타이어의 수를 늘리고, 심폐지구력이 중요한 장거리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타이어로 더 오랜 시간 사이클을 탄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종목 선수든 선호하는 타이어가 있다. 바로 다 낡아 해진 타이어다. 이런 타이어를 달면, 지면과의 마찰력이 줄어들어 페달을 돌리기가 훨씬 수월하다. 반면, 코칭스태프는 ‘까끌까끌’한 새 타이어로 교체해 훈련의 강도를 높이려는 데 혈안이 됐다.
선수들의 입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 십상. 하지만 결국 ‘까끌까끌’ 새 타이어와의 씨름은 ‘반질반질’ 금메달의 영광이 돼 돌아왔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