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벽에 막혀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던 쇼트트랙 태극낭자 3인방의 한을 이정수(21.단국대)가 풀었다.
이정수는 21일(한국시간)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결승에서 올림픽 신기록(1분23초7547)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호석(24.고양시청)은 1분23초801로 이정수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고, 3위는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1분24초128)가 올랐다.
이로써 지난 14일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이정수는 1000m에서도 다시 한번 금메달을 따내며 대회 2관왕을 차지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정수는 예선 레이스부터 순조롭게 출발했다.
준준결승(8강) 2조에 나섰던 이정수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보이며 1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3조와 4조에 출전했던 성시백과 이호석도 예상대로 가볍게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정수의 기세는 준결승에서도 이어졌다. 이호석과 함께 한 수 위의 기량으로 캐나다와 미국 선수를 제치고 당당하게 결승에 진출한 것.
하지만 준결승 2조에 나섰던 성시백은 오노와 찰스 해밀턴에 이어 3위에 머물며 안타깝게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결승전을 앞둔 이정수와 이호석은 다소 어깨가 무거웠다. 성시백의 탈락으로 금메달 가능성이 약간 낮아진데다 남자 1000m 결승이 열리기 바로 직전 쇼트트랙 태극전사 3인방이 중국의 벽에 막혀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기 때문이다.
골드 데이를 예상했던 이날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반드시 금빛 질주를 해야했다.
그러나 이정수와 이호석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출발 총성과 함께 힘차게 얼음을 박차고 나간 이정수와 이호석은 레이스 초반 상대 선수들의 견제에 막혀 좀처럼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계속해서 답답한 레이스를 운영하던 이정수와 이호석은 경기 중반 오노가 비틀거리는 틈을 타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이호석이 선두에 나섰고, 이정수도 3위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호석과 이정수의 운명은 마지막 바퀴에서 바꼈다. 스피드를 올려 2위 자리를 빼앗은 이정수는 선두 이호석을 바짝 따라붙었고 마지막 코너에서 제치며 간발의 차이로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두 선수의 차이는 불과 0.034초 차에 불과할 정도로 박빙의 승부였다.
막판 무서운 뒷심으로 역전 금빛 질주를 펼친 이정수는 1500m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또 이틀간 침묵했던 한국 선수단의 네 번째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으로 탄생했다.
한편, 준결승에서 2조 3위에 머물러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한 성시백은 파이널B(순위결정전)에서 실격 처리를 당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