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란의 하와이 다이어리<끝>]“하와이 추억은 가슴에 묻고 이제 다시 뛴다 홍란 파이팅”

입력 2010-03-01 1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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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주간의 하와이 전지훈련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함께 땀 흘리며 동고동락한 동료들이 하와이식 손인사를 하며 마지막 추억의 사진을 남겼다. 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홍란.

전지훈련이 서서히 마무리 되고 있다. 엊그제 하와이에 도착한 것 같은데 벌써 4주가 지나갔다.

아쉽고 또 아쉽다. 이번 전지훈련은 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시즌 종료 후 마음이 가볍지 않았는데 이번 훈련을 통해 마음도 가벼워지고 새로운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지게 됐다.

전지훈련 초기만 해도 불안감이 컸다. 스윙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고 특히 쇼트게임과 퍼트 감각도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적응하느라 쉽지 않았다.


훈련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퍼트 감각이 예상보다 늦게 회복된 점이다. 작년 시즌 동안 퍼트 불안은 나를 가장 괴롭혔다. 특별하게 큰 실수를 하지 않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실수가 많았다.

퍼트 감각을 되찾기 위해 훈련 막바지에는 매일 2~3시간씩 그린에서 퍼트 연습을 했다. 나 때문에 괜히 코치까지 뙤약볕에서 땀을 흘려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든다. 다행히 코치와 호흡이 잘 맞아 당장 내일 경기에 나가도 될 정도로 퍼트 감각도 좋아졌다. 역시 땀은 속이지 않는다.


처음 하와이에 도착해 호된 신고식을 치렀던 생각이 났다. 동료들과 함께 한 연습라운드에서 지갑을 털렸던 기억과 쇼트게임 시합에서는 꼴찌를 당해 설거지 당번까지 해야 했던 치욕들은 모두 즐거운 추억이 됐다. 이번 전지훈련이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건 동료, 그리고 선후배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필드에서는 모두 경쟁자지만 4주간 함께 생활하면서 둘도 없는 ‘절친’이 됐다.

와이키키 해변에서의 모래찜질과 기마전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마지막 주에는 하이킹을 함께하면서 전지훈련을 마무리했다. 빡빡한 훈련 일정이었지만 틈틈이 여유를 갖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더 특별한 전지훈련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제 헤어지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새로운 1년을 보내야한다. 당장 3월 초부터 시즌에 돌입한다. 집으로 돌아가도 쉴 틈이 없다. 이틀정도 머문 후 다시 호주로 이동한다. 5일부터 ANZ 마스터스가 열리고, 그 다음 주에는 호주여자오픈이 개최돼 두 대회에 모두 출전한다.


이제부터는 뒤돌아볼 여유가 없다.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4주간 함께 땀을 흘린 동료들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둬 다시 웃으면서 만나기를 바란다. 즐거웠던 하와이에서의 추억은 가슴에 묻어 두고 이제는 다시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올해는 지난해 하지 못한 우승까지 두 배로 더 열심히 할 각오가 되어 있다. ‘홍란 파이팅!’을 외치며 힘차게 새 시즌을 시작한다.

내 글을 읽어준 스포츠동아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2010. 2. 27 하와이에서 홍란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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