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포커스] 대박 ‘추노’뒤엔 3가지 힘이 있었다

입력 2010-03-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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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내린 추노가 남긴 것

① 캐스팅의 힘…장혁 등 캐릭터·연기자 찰떡궁합
② 헌팅의 힘… 새로운 장소 촬영 위해 전국 일주
③ 눈높이의 힘…왕 위주 탈피 ‘밑바닥의 삶’ 그려


우리의 역사를 소재로 한 사극에서 개혁을 소재로 다룬 작품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치열한 권력 암투를 정면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다룬 사극은 지금껏 없었다.

밑으로부터의 개혁을 다루면서도 그 안에 신분을 초월한 사랑까지 담아 호평 받은 KBS 2TV 수목드라마 ‘추노’(극본 천성일·연출 곽정환).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가 25일 막을 내렸다.

‘추노(사진)’는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드라마로 평가를 받고 있다. 여느 드라마보다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재미도 놓치지 않아 퓨전사극을 한단계 진화시켰다는 찬사까지 들었다.


○ 싱크로율 99%%…캐스팅의 힘

작품 속 캐릭터와 연기자가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를 평가한다면 ‘추노’는 ‘싱크로율 99%%’다. 주인공 장혁은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장혁은 10년 동안 익혀온 절권도 실력을 ‘추노’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와 그룹을 이룬 한정수, 김지석은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며 이른바 ‘짐승남 열풍’을 일으켰다. 남자들의 적극적인 노출은 기존 사극과는 분명히 다른 노선이었다.



방송 초기에는 여주인공 이다해를 두고 일부에서는 ‘민폐 언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었다. 연출자 곽정환 PD는 이에 대해 “0에서 10으로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오해도 있었다”고 말했다. 곽 PD는 “답답하리만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조선시대의 여인이 신분제도와 남녀차별을 겪으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강조했다.

○ ‘치열한 헌팅’과 ‘정교한 CG’의 만남

2009년 8월 촬영을 시작한 ‘추노’ 제작진과 배우들은 8개월 동안 전국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전국일주를 했다. 제작진은 기획 단계부터 “다른 사극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장소에서 찍자”고 결의했다. 그러나 이처럼 새로운 배경과 무대를 찾다 보니, 현장 중에 촬영 장비가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 태반이었고 한 장면을 위해 3∼4시간을 걷는 강행군도 반복됐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발견한 장소들은 국내서 처음 사용된 레드원 카메라로 촬영돼 수려한 풍광으로 화면을 채웠다. 오지호와 이다해가 첫 키스를 나누는 제주도 언덕이나 장혁과 오지호가 맞대결을 벌이던 갈대밭은 두고두고 기억될 만한 명장면으로 꼽힌다.

정교하고 때로는 감각적인 컴퓨터그래픽(CG)은 ‘추노’가 젊은 시청자까지 만족시킨 결정적인 성공 요인. 수묵화를 배경으로 오지호가 관군들과 칼싸움을 하는 장면이나 21∼22회에 등장한 군중 추격전이 대표적이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 ‘300’이나 ‘반지의 제왕’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CG의 완성도는 전통미를 앞세운 사극과 만나 한층 이색적인 화면을 탄생시켰다.


○ 소시민 시청자 눈높이에 맞춘 ‘민초 이야기’

재벌이 꼭 등장하는 현대극, 왕과 왕비가 나오는 사극의 ‘룰’을 깬 건 ‘추노’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노비로 전락한 양반, 신분을 속여 양반이 된 노비, 양반 신분을 버리고 세상을 떠도는 방랑자 등 입체적인 캐릭터들은 모두 밑바닥 인생을 사는 민초들이다. 곽정환 PD 역시 “‘추노’가 성공했다면 그 것은 드라마를 보는 평범한 시청자들이 왕족의 이야기가 아닌 민초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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