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사이언스] 새가슴이 강심장 되는 법

입력 2010-04-12 15:48:12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태릉선수촌을 방문하면 곳곳에 런던올림픽 D-000일, 광저우아시안 게임 D-000일 등의 간판을 목격할 수 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며칠 남았다는 카운트다운이지만, 대표선수들을 압박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대표선수의 한결같은 꿈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TV를 통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신인 김 모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 모 선수를 이기고 올림픽출전권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가볍게 듣지만, 선수 본인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상상하기 힘든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느끼며 선발전에 임한다.

종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대표선수들은 적게는 3번, 많게는 7번까지 치르는 선발전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도 참가해야하기 때문에, 그들은 계속해서 경기의 스트레스를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은 “이번 경기를 잘 해야 하는데, 큰 실수는 하지 않을까?” “경기에서 지면 부모님이 얼마나 실망을 하실까?” “내 기술이 상대에게 먹힐까?” “내 의도대로 경기를 침착하게 풀어갈 수 있을까?” 등의 부정적인 생각을 하다가도 문득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아니야, 나의 특기에 걸리면 어떤 선수라도 살아남지 못해” “내가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을 했는데, 나는 나의 기술을 믿어” “설령 경기에 진다해도 우리 부모님은 나를 이해해 줄 거야” “나는 큰 경기일수록 더욱 침착하게 경기에 집중하는 놈이야” 등의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꾼다.

이러한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교차하면서 선수를 괴롭힌다. 대표선수들은 이러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극복전략을 수립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배양한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역도에 출전한 A 선수의 실례를 보자.

이 선수는 평소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힘든 훈련에도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4년 동안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오후 6시 경기를 치룰 A와 최종 면담을 위해 필자가 2시 경에 올림픽선수촌 숙소로 찾아가 그를 본 순간, A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에 억눌려 있었다.

공포감?, 적막감?, 묵직함?, 편안함?, 비장감?, 불안감 등 무엇인가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에 압
도당해서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10여분을 그냥 보냈다. 경기 당사자가 아닌 필자도 그 분위기
에 압도를 당한 상태인데, 이 선수는 오죽했을까? 이 선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이 선수는 죽음이라는 불안의 경지를 초월하고 무덤덤하게 전장으
로 출전하는 군인의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하면 이 선수가 경기에 대한 강인한 정신력을 가질 수 있을까에 모든 초점을 맞추면서 상담을 진행했는데, 의외로 쉽게 풀렸다.

A와 여러 가지 내용을 상담을 한 결과,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마지막 한 마디는 “모든 인간은 완벽할 수는 없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한다”였다.

그리고 그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는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해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실수에 대한 공포를 실수를 인정하는 역설적인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해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진정한 국가대표선수다.


김 병 현 KISS 수석연구원
KISS 스포츠심리학 터줏대감으로서 경기 시 심리적 갈등해소 방법과 최고수행 연구에 관심이 많음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