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의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가 막을 내렸다.
지난 12일(한국시간) 미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마스터스에서는 왼손의 달인 필 미켈슨이 2010년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통산 3번째다. 성추문 이후 첫 복귀로 마스터스를 골라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타이거 우즈는 최종 라운드까지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경쟁력을 보였지만 미켈슨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한계를 보였다.
마스터스는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72타,7435야드) 한 곳에서 벌어지는 유일한 메이저대회다. 그러나 미켈슨이 우승한 이번 마스터스는 메이저대회로서 변별력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보통의 PGA 투어 대회도 최종일에는 언더파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는 법. 빠른 그린에 깃발이 어려운 곳에 꼽혀 있어 리더보드 상단의 선수들의 웬만한 언더파 스코어를 허용하지 않는다.
마스터스 최종일에 한국계 앤서니 김은 무려 7언더파를 몰아쳤다. 메이저대회의 최종일 스코어라고는 믿기 힘들다.
PGA 4대 메이저대회는 각각의 특징을 갖고 있다.
가장 먼저 벌어지는 마스터스는 유리알 그린, US오픈은 발이 잠기는 긴 러프, 브리티시오픈은 바람, PGA 챔피언십은 긴 전장으로 특징돼 있다. PGA 챔피언십은 최근 골프장비와 볼의 발달로 긴 전장이 무용지물이 됐다.
사실 올 마스터스의 유리알 그린은 버디행진을 벌였을 만큼 그린 라이의 변화가 없었다. 게다가 11번부터 13번까지의 ‘아멘 코스’는 더 이상 악명 높은 아멘 홀이 아니었다. 13번홀(파5)은 오거스타 코스에서 가장 쉬웠다. 이글 아니면 버디였다. 우즈는 라운드 동안 4개의 이글을 기록했고, 미켈슨은 3라운드 13번, 14번홀에서 연속 이글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오거스타의 비공식 평균 스코어는 76.2타다.
올 마스터스에서 미켈슨은 16언더파로 우승했다. 지난 2001년 타이거 우즈의 16언더파 이후 가장 낮은 스코어다. 더구나 언더파 스코어 작성자가 무려 21명이다. 60세의 톰 왓슨도 1언더파를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지난해 다른 메이저대회 우승자들의 스코어를 보면 올해 오거스타의 변별력이 가장 떨어진다.
메이저대회 가운데 가장 어려운 US오픈에서 루카스 글로버는 4언파로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뉴욕의 베스페이지 스테이트 코스에서 벌어진 지난해 대회에서 언더파 작성자는 5명이었다.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있었던 2009년 디 오픈에서는 스튜워트 싱크가 2언더파로 정상을 차지했고, 언더파는 단 4명에 불과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양용은이 메이저타이틀을 거머쥔 PGA 챔피언십(미네소타 헤즐타인코스)에서는 8언더파가 우승자였다. 언더파는 9명이 작성했다.
오거스타는 97년 우즈가 최연소 나이에 코스 신기록인 18언더파로 우승을 거두자 전장을 늘리고 페어웨이를 좁혔다. 그런 뒤 2001년에도 16언더파로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되자 다시 한번 코스를 늘리고 어렵게 고쳤다. 이를 타이거 보강(Tiger proofing)이라고 부른다.
내년 시즌 오거스타 내셔널클럽이 어떻게 대응할지 흥미롭다.
LA | 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