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등 하위팀과 집중 편성 ‘승수쌓기’
내달부터 강팀과 맞대결…본격 레이스
김성근 감독 “초반 팀 도루 1위 믿지마”
예년보다 유난히 쌀쌀하고 심술궂은 날씨가 선수와 팬을 괴롭히고 있지만 야구를 향한 그들의 열정만큼은 어쩌지 못하는 2010년 4월. 아직 팀마다 채 20경기를 치르지는 못했어도 팀간 전력 차이와 우열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KIA의 초반 행보는 조금 더딘 편이지만 넥센∼롯데∼한화∼LG의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전반적 판세는 자연스레 4강4약으로 압축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의문 부호를 다는 이들도 꽤 있다. 전체 일정의 고작 10%% 가량을 소화한 시즌 초반인데다 올해 유독 편중현상이 부각되고 있는 경기일정 때문이다.
○4월 팀 순위는 의미 없다?
SK 김성근 감독은 16일 문학 삼성전을 앞두고 “4월엔 승률 5할 이상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SK를 맡은 2007년부터 줄곧 시즌 초반 총공세로 멀찌감치 치고 나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얘기다. 물론 지난 3년간과 비교해 올해 SK의 전력이 다소 불만족스럽다는 현실인식과도 무관치 않은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역시 SK의 출발은 괜찮지 않느냐’는 지적에 김 감독은 “우리가 거둔 10승을 따져봐라. 한화한테 4승(1패), 넥센한테 3승(무패)이다. 하위권 팀과 많이 한 결과다”라며 “초반에 특정 몇몇 팀과의 경기가 너무 많이 잡혀있다”고 밝혔다. 사정은 이날 SK와 맞붙은 삼성도 마찬가지. 삼성이 15일까지 거둔 10승 중에는 넥센전 3승(무패)과 한화전 2승(1패)이 포함돼 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한화하고는 5월 초까지 9번을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달 말까지 LG와도 벌써 8게임을 마쳐야 한다.
두 감독의 말을 종합하면 특정시기에 특정팀과 집중적으로 맞대결을 펼치다보면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데 SK든, 삼성이든 4월 스케줄은 유독 하위권의 특정 몇 개 팀에 집중돼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올해 4월 성적은 팀간 전력 차이를 100%% 객관화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 감독은 “초반에 하위권 팀들과 많이 붙으면 나중에는(5월 이후 본격 레이스에서는) 강팀들과 붙는 일이 그만큼 많아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현재 하위권 팀들도 5월 이후 얼마든지 반전을 도모할 수 있다.
○여타 성적도 속단은 금물!
김성근 감독은 SK와 삼성이 팀 도루 1, 2위를 달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주자는 상대 포수(도루저지능력)를 보고 뛴다. 그런데 SK도, 삼성도 어느 팀이랑 경기 때 많이 뛰었는지 잘 나와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포수가 약한 특정팀이랑 초반부터 여러 차례 붙으면서 도루수가 늘었다는 얘기다. 이처럼 특정팀끼리의 맞대결이 눈에 띄게 집중 편성된 4월 일정은 올 시즌의 색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학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