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K리그 수난’ 왜?] 프로팀 “설마” 했다 큰 코 다쳤다

입력 2010-04-22 16: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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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기겠다’ 의지 아마팀 더 강해
TV 중계 등 없어 정보수집 어려워
“쉽지 않을 겁니다. 지상최대의 목표가 저희들을 잡는 거니….”

프로와 아마추어가 총 출동해 자웅을 겨루는 한국축구 최고권위의 FA(축구협회)컵을 바라보는 K리그의 불안한 시선이다.

실제로 그랬다. 21일 전국 16개 구장에서 열린 2010 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서 K리그 클럽들은 호된 시련을 겪었다. 쉽게 16강에 오른 팀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상대의 만만찮은 반격 속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FA컵에서 드러난 K리그 수난 이유를 살펴본다.


●아마의 매서운 패기와 열정

FA컵이 주는 최대 묘미는 아마추어가 프로를 꺾는 데 있다. 올 시즌 32강전도 예외가 아니었다. 강원과 대구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를 두고 흔히 ‘한국판 칼레의 기적’이란 표현을 쓴다.

이는 프랑스에서 2000년 5월에 벌어진 사건이다. 4부 리그 소속의 무명 아마추어 클럽 칼레가 FA컵에서 1부 리그의 명문 클럽들을 연이어 제압하고 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 것을 지칭한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강원과 대구를 누른 내셔널리그는 물론, 대학 팀들도 저마다 ‘아마 반란’을 꿈꾸며 프로 팀들을 긴장시키곤 한다.

대표적인 예가 경희대. 올해 맞붙은 상대는 2001년 우승 팀 대전이었다.

작년에도 대전은 경희대를 16강에서 만나 고전 끝에 승리했지만 동점 골을 내주며 연장까지 치르는 접전을 펼쳤다. 이번에는 전반 2분 선취 골을 내주며 가슴을 졸여야 했다. 결과는 대전의 3-1 역전승.

대전 왕선재 감독은 “쉽게 갈 경기를 너무 힘겹게 마쳤다”며 고개를 저었다. 수원도 동국대를 맞아 내내 고전하다가 2-0으로 간신히 이겼다.

FA컵을 주관하는 축구협회의 한 경기위원은 “프로가 상대를 만만하게 보는 것도 있겠지만 ‘꼭 이기겠다’는 의지에서 아무래도 프로와 아마 간의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내셔널리그 꼴찌 목포시청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어려움을 겪었던 서울 빙가다 감독도 “어느 팀을 만나도 방심하지 말라고 선수들에 누누이 강조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어려운 정보 수집 & 부담감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제한적인 정보도 K리그가 고전하는 데 일조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패’란 말처럼 승부의 세계에서는 자신과 상대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필수. 하지만 외부 노출이 비교적 잘 돼 있는 K리그에 비해 아마 팀들을 분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TV 중계가 잘 이뤄지지 않는 탓에 흔한 DVD 영상을 확보하기도 매우 까다롭다.

대진 추첨이 이뤄지고, 상대가 결정되면 그제야 몇 차례 구단 스카우트나 비디오분석관 등 일부 스태프를 파견하는 게 전부다. 그러나 이마저도 재정적 여유가 있고, 선수단 지원 스태프가 많은 일부 클럽들에게만 가능할 뿐, 열악한 시민구단과 도민구단들은 꿈도 꿀 수 없다.

실제로 내셔널리그 팀과 만났던 지방의 한 구단 수석코치는 “거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상대가 어떤 팀인지는 간혹 나오는 기사를 살펴보고, 베스트 멤버들을 동원한 게 우리가 마련한 대비책의 전부였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구단 감독은 “차라리 K리그 팀을 만나는 게 심적으로 편하다. 이겨야 본전인 아마와의 승부는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나 대단히 큰 스트레스”라고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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