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가운데 미국처럼 여성 스포츠가 정착된 나라도 드물다.
여자 대학농구의 경우 남자들과 똑같은 64강 시스템으로 토너먼트를 벌여 팬들의 주목을 받는다. 남자에 비해 열기는 처지지만 NCAA(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는 여성 스포츠도 동등하게 대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로 뛰어들면 모든 게 달라진다. 여성들의 기량은 뛰어나지만 설 무대가 없다. 인기와 비례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미국에서 조직적이고,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종목이 LPGA 투어다. 지상파와 케이블 ESPN 방송에서도 적극적으로 방영했고 한 때는 미국 내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LPGA는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요즘은 LPGA 대회가 거의 방송조차 되지 않는다.
2009년 7월 LPGA의 스타선수 로레나 오초아, 나탈리 걸비스, 크리스티 커, 폴라 크리머 등이 앞장서 캐롤린 비벤스 전 커미셔너를 몰아냈다.
스폰서십이 떨어져나가는데 자구책을 세우지 못한 결과였다.
현재 LPGA의 커미셔너는 45살의 영업통 마이클 왠이다. 잃어버린 타이틀 스폰서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중이다. 그런 참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골프 여제’격인 멕시코 영웅 로레나 오초아가 지난 주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LPGA로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LPGA는 현재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08년 34개의 공식대회가 올해 26개로 줄어들었다. 원래 비벤스 전 커미셔너 때인 2010년 대회가 22개로 축소됐다가 왠 커미셔너의 노력으로 그나마 4개 대회가 늘어났다. 상금도 1200만 달러가 줄었다.
대회는 띄엄띄엄 벌어지고 있고, 외국 대회 유치로 위기를 넘기고 있다.
예전 LPGA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밴을 타고 이번 주는 이 대회, 다음 주는 저 대회로 이동한다는 얘기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 됐다. 한 대회를 마치면 충분한 휴식에 들어간다. US여자오픈(펜실베이니아 주 오크먼트)이 벌어지는 7월에 가장 많은 4개 대회가 벌어진다.
TV 스케줄도 6월27일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까지 잡혀 있다. 1년 전 모든 방송스케줄이 잡혀 있는 PGA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LPGA 대회가 이렇게 축소되고 위기를 맞은 것은 경제 한파가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스타부재가 더 결정적 이유다.
특히 미국이 배출하는 스타부재로 타이틀 스폰서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LPGA 타이틀스폰서는 보통 3백만 달러에서 4백만 달러 정도다.
한국 선수들의 우승은 LPGA 판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2005년 미국의 영건 모건 프리셀, 폴라 크리머 등이 출현했을 때 미셸 위와 함께 LPGA를 한 단계 도약시켜줄 것으로 믿었다. 실제 이들이 오초아나 한국 선수들처럼 한 시즌에 서너개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면 LPGA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 선수에 그쳤다. 미셸 위는 PGA를 기웃거렸고 지난해 간신히 우승 한 번 했다.
프로 스포츠는 스타플레이어가 중심이 돼야 한다.
LA | 문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