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의 사커에세이] 카타르 텅빈 열기…뜨거운 K리그와 대조

입력 2010-04-27 17: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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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축구의 미래에 대해 평소 낙관보다는 비관적인 편이었던 필자도 가끔은 그 반대의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여행이 주는 반사효과라고나 할까.

중동의 카타르에 잠시 머물면서 느낀 소회. 한국과 더불어 2022년 월드컵 유치신청국인 카타르는 중동에서도 손꼽히는 자원부국이다. 금세기 들어선 세계 2위의 매장량이라는 천연가스까지 발견돼 지금은 수도인 도하를 중심으로 두바이를 능가하는 건설 붐이 불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이 착공됐고, 인터컨티넨털을 비롯한 세계적 체인호텔들도 속속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막강한 자원인프라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월드컵 유치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월드컵 유치신청 자체가 조금은 의아할 정도다. 월드컵 개최의 근간이 되는 경기장이야 돈이 있으니 얼마든지 지을 수 있고, 호텔은 이미 세계 수준까지 올라와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축구열기를 이 나라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인구 140만명, 한반도 면적의 20분의 1 밖에 안되는 페르시아만의 소국 카타르에서 12개의 프로클럽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올림픽위원회에서 절반 가까이를 대주긴 하지만 클럽당 1년 예산이 최소 3백억원~6백억원을 넘나든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나라 전체가 축구열기로 들썩거릴 법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리그 관중이라야 고작 1천~2천여명. 축구에 쏟아붓는 돈을 생각하면 허탈한 느낌이 들 정도다.

2월24일 카타르 알 사드와 사우디 알 힐랄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 1만명 이상이 몰린 것이 뉴스거리가 됐는데 실은 이중 7천여명은 알 힐랄의 원정팬이었다. 축구열기에 관한 한 카타르는 사우디의 상대가 될 수 없다. 필자의 경험으론 사우디 알힐랄 팬들의 극성은 잉글랜드 훌리건들을 능가한다.

그렇다면 이런 저조한 축구열기로 카타르는 어떻게 월드컵을 유치하려고 하는 걸까.

그건 카타르월드컵을 카타르만의 잔치가 아닌 아랍 전체의 축제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카타르월드컵유치위에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 걸프국의 축구명망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이미 국제축구연맹(FIFA)에 상당한 세력을 구축했다고 믿는 그들은 ‘월드컵에서 중동을 배제하지 말라’며 FIFA를 압박할 것이다.



어쨌든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의 얼굴마담이든 실체이건 간에 이곳의 저조한 축구열기를 보면서 새삼 K리그의 저력을 깨닫게 됐다면 지나친 낙관일까.

얼마 전 FC서울-수원삼성의 서울 홈경기에 4만8천여명 이상이 들어찬 광경을 상기하면서 바라본 이곳 호텔 정면의 대형광고판 ‘카타르월드컵 2022’는 어쩐지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카타르 도하에서>

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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