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vs 김광현’ 누가 더 셀까?…양준혁 등 현역선수·코치들 평가

입력 2010-04-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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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김광현.스포츠동아DB

류현진의 數 김광현의 角
▲류현진 우세
컨트롤 좋고 체인지업·완급조절 능력 탁월
감정 기복 없이 자기게임 만들어갈 줄 안다


▲김광현 우세
각도 큰 슬라이더·강속구로 가장 전투적인 피칭
노련하게 진화중 … 컨디션 좋을땐 당할자 없어


한화 류현진(23·왼쪽)과 SK 김광현(22). 두 ‘괴물’이 맞붙으면 과연 누가 이길까. 2000년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황금팔은 김광현일까, 류현진일까. 아쉽게도 둘은 아직 단 한 차례도 맞대결을 펼치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시간이 흐를수록 궁금증은 증폭되고 있다. 마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1980년대 롯데 최동원-해태 선동열의 ‘최고 오른팔 경쟁’을 옮겨놓은 듯한 난형난제의 대결이다. 시즌 초반부터 최고의 페이스로 타자들을 벌벌 떨게 만들고 있는 류현진과 김광현, 쉽사리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특급 좌완을 바라보는 각 팀 사령탑과 코치, 선수들의 시선을 모아봤다.

○막상막하의 필살기! 김광현의 슬라이더VS류현진의 체인지업

투수로서 김광현과 류현진의 기본부터 비교했다. ‘누가 더 뛰어난 구위를 갖췄을까’라는 원초적 의문이 출발점이다. 역시 의견은 분분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과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명품 구종이라는데 토를 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광현과 류현진 모두 시속 150km 안팎의 송곳 직구를 던지면서 각각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라는 직구 못지않은 주무기를 장착하고 있어 공략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먼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포수 박경완(SK). “류현진처럼 강속구를 가진 왼손 투수가 그 정도 수준의 체인지업을 갖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강점이다. 왼손 강속구 투수가 낙차 큰 체인지업을 던지는 것 자체가 희귀한 경우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다음은 SK의 최대 라이벌 두산 윤석환 투수코치. “김광현의 최대 강점은 직구와 슬라이더가 동일한 팔 스윙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미리 알아도 치기 힘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 역시 “김광현의 직구와 슬라이더는 구속 차이가 10km 미만이다. 그만큼 타자가 상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팁을 하나 더 곁들이자면 류현진의 신무기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슬라이더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든 한화 한대화 감독은 계속해서 “류현진의 슬라이더가 다른 변화구에 비해 별로라는 얘기가 있는데, 지난번 등판(22일 대구 삼성전) 때 보니 빠른 슬라이더(130km대 중반)를 새로 던지더라. 위력이 한결 좋아졌다. 그 좋다는 김광현의 슬라이더와 비교해도 뒤질 게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한화에 새로 합류한 성준 투수코치 역시 “슬라이더를 새로 익히는 속도가 남다르다”며 향후 류현진의 슬라이더가 새로운 주목대상이라고 귀띔했다.

○지존은 하나! 포커페이스(류현진)VS솔직담백 미소년(김광현)


이제 본론과 결론으로 돌입한다. 실제 맞대결에서는 누가 승자가 될까. 여러 의견이 분출됐지만 류현진의 흔들리지 않는(능구렁이 같은) 게임운영능력과 김광현의 대를 쪼갤 듯한(전광석화 같은) 패기를 단순비교하기 힘들고, 서로 처한 객관적 조건(소속팀 전력·동료의 지원)도 다르지만 현재로선 류현진이 다소 우위라는 쪽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 역시 류현진보다 1년 늦게 출발한 김광현의 최근 성장세를 고려하면 백중세로 결론지을 수 있다. 또 상당수는 둘 다 워낙 발군의 기량을 지닌 투수들인 만큼 실전에서는 결국 SK와 한화의 수비력에 의해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점쳤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계형철 SK 2군 감독의 진단부터 들어본다. “류현진은 마운드에서 심적 안정감이 느껴진다. 포커페이스다. 무엇보다 류현진은 창의력이 있다. 무얼 하나 알려주면 복합적으로 흡수한다”며 “김광현은 박경완 등 유능한 포수에 의존하는 성향이다. 마운드에서 감정기복이 심하고 들떠있기도 하다. 자칫하다간 그런 솔직담백함이 상대에 읽힐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아직은 류현진이 우위라는 우회적 어법. 그러나 그 역시 “김광현은 공격적으로 던지는 것이 매력이다.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 통한 것도 스스로 패턴을 만드는 류현진보다 포수의 리듬에 맞춰가면서 공격적인 힘의 피칭을 하는 김광현의 장점이 돋보였기 때문”이라며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문학 경기에서 에이스 조정훈이 호투하고도 김광현에 무릎을 꿇은 장면을 씁쓸하게 지켜본 롯데 양상문 투수코치는 “그날 조정훈과의 투수전을 보니 김광현이 많이 요령을 터득했더라. 체인지업도 좋아지고, 볼 자체가 좋아졌다. 원래도 좋은 선수였지만 일취월장해서 특급으로 커나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삼성 양준혁은 “광현이는 좋을 때는 너무 좋다. 컨디션이 좋은 날 딱 한번만 붙으면 광현이가 이길 것 같다. 그러나 길게 계속 붙으면 현진이가 이길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하여튼 백중세다”며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단, 극소수이지만 ‘아직은 류현진’이라는 의견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이들도 있다. 그 대표격은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다. 정 코치는 “(단호하게)난 둘 중에 하나를 우리 팀에 데려오라면 류현진을 데려온다”고 잘라 말했다.

정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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