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양준혁 ‘타격 비법’ 적군에게 전수… 왜?

입력 2010-04-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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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양준혁-LG 박병호.스포츠동아DB

삼성 양준혁-LG 박병호.스포츠동아DB

팀을 떠나서 모두 아끼는 후배들
병호는 파워 히터로 자질 뛰어나
선구안 등 노하우 아낌없는 조언
LG 박병호에게 건넨 참된 가르침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된 28일 잠실구장. 실내 훈련장에서 삼성 양준혁(41)과 LG 박병호(24)는 타격폼을 놓고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다. 옆에서 LG 서용빈(39) 타격코치가 팔짱을 끼고 경청했다.

차세대 4번타자로 평가받는 박병호를 지도하던 서 코치가 훈련장을 찾은 양준혁에게 조언을 부탁한 것이었다. “적군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것 아니냐”는 농담에 양준혁은 “적군을 떠나 모두 후배 아니냐”면서 “병호도 파워히터로 자질이 뛰어난 선수인데, 이런 선수가 성장하면 한국야구가 더 발전하는 것 아니냐”고 웃었다.

양준혁이 박병호에게 건넨 가르침은 다른 후배들에게도 금과옥조가 될 만한 얘기들이다.

○“공을 잡아놓고 쳐라”

양준혁은 우선 테이크백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몸이 미리 공을 마중나가지 않고 상체와 하체가 중심을 잡아야 공을 최대한 잡아놓고 친다”는 얘기였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볼을 치러 나가다가도 멈출 수 있다는 것. 타격의 시작이나 마찬가지인 테이크백이 흔들리면 그 이후의 동작도 모두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하면서 시범을 보였다.

우타자인 박병호가 “이상하게 타격시 오른팔이 옆구리에 붙는다”고 하자 양준혁은 “그것 역시 상체가 먼저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며 시범을 보였다. 박병호는 “서용빈 코치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스스로 느린 동작으로 테이크백 동작을 반복했다.



○“한번 시도한 것을 쉽게 포기하지 마라”

양준혁은 “한번 결정해 시도한 타격폼은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린 선수일수록 뭔가를 시도하다 안 되면 쉽게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데 그래선 안 된다”면서 “실패라고 완전히 결론이 날 때까지 끝까지 부딪쳐 싸워야한다”고 말했다.

물론 선수생활이 끝날 때까지 한 가지 타격폼을 고집하라는 뜻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타격폼을 정립해 나갈 때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인데, 성급하게 실패로 결론 내리고 타격폼을 자주 바꾸면 결국은 소득이 없다는 얘기였다. 바닥으로 떨어질 때까지 도전해봐야 무엇이 잘못됐는지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다는 뜻.

○“실패한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해 두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양준혁도 “실패했다고 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한 데이터베이스를 소중하게 저장해 둘 줄 알아야 한다. 나중에 자신만의 타격폼이 정립된 뒤에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 과거 실패한 데이터에서 실마리를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패한 시간도 허송세월은 아니라는 것이다.

○“선구안을 길러라”

박종훈 감독을 만나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은 LG 김기태 2군 감독은 이들의 모습을 발견한 뒤 “병호야, 선배 말씀 하나도 놓치지 말고 새겨들어라. 특히 선구안을 배워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양준혁은 “왜 그러시냐”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더니 “선구안은 정말 중요하다. 치려고 무조건 덤비면 안 된다. 볼카운트 1-1에서 볼 1개를 고르느냐 못 고르느냐에 따라 2-1으로 몰릴 수 있고, 1-2가 될 수 있다”면서 원점으로 돌아가 테이크백 동작이 선구안의 시작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말이 정답은 아니다. 앞으로도 여러 사람 말을 들어보고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라”며 후배의 등을 토닥거렸다.

잠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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