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연골 수술 이후 재활 훈련 중인 설기현이 3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스스로 완벽하게 몸 만드는게 우선”
‘도인’이라도 된 것일까.
‘스나이퍼’ 설기현(31·포항 스틸러스)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꿈의 무대’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깨끗하게 마음을 비웠다.
설기현은 지난 달 26일 무릎 연골 수술을 받은 뒤 평창, 부산에서 재활을 해 오다가 28일 저녁 포항으로 넘어와 대표팀 예비명단(30명) 발표 하루 전날인 29일 오후 처음 팀 훈련에 참가했다.
당초 합류 시기는 19일경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스스로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며 늦췄다. 재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건 아니다.
설기현 에이전트 지쎈 관계자는 “수술 부위에도 전혀 문제가 없고 컨디션도 좋다. 다만 본인이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옆에서 보면 마음을 비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귀띔했다.
포항 관계자 역시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레모스 감독 역시 설기현의 이런 의사를 100% 존중해주고 있다. 훈련 모습을 보니 몸도 가벼워 보이고 표정도 밝았다”고 설명했다.
설기현의 경기 출전은 5월 중순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남은 전반기 리그 3경기와 12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원정도 쉽지 않을 것 같다. 23일부터 시작되는 컵 대회부터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허정무 감독은 진작부터 “(염기훈과 설기현 등) 재활 중인 선수는 예비명단 발표 전에 뛰는 모습을 보여야만 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4월 말에는 그라운드를 밟아야 가능성이 열린다는 뜻이었다.
팀 훈련 복귀시점이 늦어질수록 월드컵에 갈 확률이 떨어지는 데도 그가 초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재활과정에서 터득한 깨달음 덕분이다.
하루 8시간 피나는 재활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데 중점을 뒀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느낄 때까지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13일 스틸야드를 잠시 찾아 취재진에게 “월드컵 출전은 하늘에 맡기겠다”고 웃으며 답한 게 그냥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다.
물론 복귀 시기가 좀 늦어졌다고 해서 그의 월드컵 출전이 무산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축구협회는 30일 예비명단을 발표한 뒤 5월 11일까지 국제축구연맹(FIFA)에 명단을 제출할 계획.
최종 엔트리 23명은 대회 개막 열흘 전인 6월 1일 FIFA에 통보하면 된다.
허정무 감독은 여전히 설기현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재활 중에도 종종 연락을 하면서 몸 상태를 점검하고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두 차례 월드컵에 연속으로 출전한 그의 경험을 높이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예비명단에 설기현을 포함시킨 뒤 6월1일 이전까지 컨디션 회복 여부를 계속해서 지켜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