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M&A',자립형 온라인게임 개발사 사라지나?

입력 2010-05-06 16: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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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고 능력 있는 개발사들 대형게임사에 흡수
몇 년 동안 유능한 게임개발사들이 대형 게임사들에 빠르게 인수 합병되면서 국내 게임시장이 대형 퍼블리셔 위주로 획일화될 위기에 빠졌다.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은 IT산업 중에서도 핵심으로 평가받으며 색다른 아이디어와 독특한 게임성이 중요한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성장해 왔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규모가 4조원을 돌파하고 게임시장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이 중소 게임사들과 개발사들을 흡수하면서 독특한 색을 가진 개발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최근 넥슨은 아틀란티카와 군주로 알려진 엔도어즈의 총 지분 67%를 인수하면서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이번 인수계약으로 넥슨은 엔도어즈의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확보했고 엔도어즈는 위젯, 네오플에 이어 넥슨의 3번째 자회사로 편입됐다.

엔도어즈는 지난해 403억원의 매출과 1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약 72%에 달하는 알짜배기 게임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엔도어즈의 핵심 개발자인 김태곤 이사는 시장에서 뛰어난 개발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로 엔도어즈의 글로벌 경쟁력과 함께 이번 입수합병의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그가 총괄 개발한 '군주'는 경제 RPG로 알려지며 대학이나 연구에 사용될 정도로 경제에 대한 학습과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아틀란티카' 역시 독특한 전투 시스템과 게임성으로 국내는 물론 북미와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서든어택과 데카론으로 알려진 게임하이 역시 넥슨의 M&A 대상으로 선택됐다. 게임하이는 현재 시가총액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게임개발사로 국내 FPS게임 시장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서든어택'을 개발했으며, 중국-미국-일본 등의 글로벌 유통망, 향후 개발 중인 다수의 라인업 등으로 대형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엔도어즈 보다 매력적인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 M&A가 성립되면 넥슨은 내년 5월 CJ인터넷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서든어택'의 서비스권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개발 중인 서든어택2의 서비스도 이뤄낼 수 있다. 이로서 넥슨은 현재 캐주얼게임에 집중되어 있는 현재의 라인업에 확실한 캐시카우를 가진 FPS게임과 MMORPG까지 확보하게 되어, 연매출 1조원을 훌쩍 넘기는 대형 게임사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의 위젯,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아틀란티카의 엔도어즈 서든어택의 게임하이까지 국내 정상급 개발사들을 독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자체 개발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CJ인터넷 역시 M&A를 통해 개발력 보완에 힘쓰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이다.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들여 개발한 프리우스 온라인과 일본과 공동개발 한 드래곤볼 온라인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개발/서비스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받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돈다발을 풀어 개발사를 인수에 나섰다.

아쉽게 게임하이는 M&A계약 직전 넥슨에게 우선협상권을 빼앗겨 버렸지만 야구 온라인게임 '마구마구'를 개발한 '애니파크', '알투비트'를 개발한 씨드나인 등을 인수하면서 부족한 개발력 메우기에 바쁜 상황이다.

이외에도 엔씨소프트는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부사장) 직속으로 외부에서 M&A 전문 인력을 영입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2월 FPS게임 '포인트블랭크' 개발업체 제페토의 지분 30%를 확보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게임 개발사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는 꾸준히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NHN의 정욱 한게임 대표 역시 퍼블리싱 명가로 자리 잡기 위해 최고의 게임들을 서비스하고, 이를 위해 개발사에 대한 지분투자와 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국내의 한 게임전문가에 의하면 "국내 게임시장의 확대와 함께 연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한 게임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자체 개발력의 부재를 M&A로 극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개발사 입장에서는 속칭 '대박의 꿈'이 이뤄지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몇몇 메이저 게임사들의 게임독식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M&A가 시장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호경 게임동아 기자 (neoncp@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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