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음경단련기구 특허 출원 황당사례

입력 2010-05-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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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들 특허전쟁…입학사정관제 국제 중고교-특목고 확대에 스펙쌓기 열풍

서울 대치동에 특허학원 등장
“아이디어서 출원까지 해결”
전담 법률사무소까지 생겨

“돈 만 주면…” 브로커도 활개
전문가 “고득점과 직결안돼”
서울 대치동에 특허학원 등장
“아이디어서 출원까지 해결”
전담 법률사무소까지 생겨

“돈 만 주면…” 브로커도 활개
전문가 “고득점과 직결안돼”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씨에이발명창작과학학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안모군(오른쪽)이 발명 수업을 듣고 있다. 선 몇 개로 그린 단순한 바지 그림을 가지고 안 군은 특허 출원을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홍진환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씨에이발명창작과학학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안모군(오른쪽)이 발명 수업을 듣고 있다. 선 몇 개로 그린 단순한 바지 그림을 가지고 안 군은 특허 출원을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홍진환 기자

사립초등학교 3학년인 안모 군(9)은 요즘 특허학원에 다니며 특허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발명창작학원 강의실. 칠판에는 바지 그림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전쟁터에서 적군을 무찌를 수 있는 1g짜리 방탄바지예요.” 안 군은 바지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바지의 형태를 이리저리 바꿔보던 안 군은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는 바지 아이디어를 냈다. “바짓단을 돌돌 말아 접으면 반바지가 되는 ‘변신바지’예요.”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을 중심으로 특허학원이 생겨나고 있다. 대학 입학생 선발에 도입된 입학사정관제가 국제중고교나 특수목적고 입학생 선발에까지 확대되면서 ‘스펙’을 쌓으려는 학생들이 창의성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특허출원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 발명창작학원에는 주로 초등학생이 등록해 수업을 듣고 있다. 안 군의 어머니 김모 씨(34)는 “아이가 평소에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학원에서 체계적으로 생각을 발전시키면 특허도 낼 수 있어 보내고 있다”며 “과학고에 진학한 뒤 대학에서 이과 계열을 전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학원 인터넷 홈페이지와 상담실에는 ‘우리 대학에서 찾던 인재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리 준비합니다’는 광고가 붙어 있다. 박모 원장(50)은 “특허청은 정부기관이라 신뢰성이 최고”라며 “특허는 학생으로서 준비할 수 있는 스펙 중 가장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미국 고교에 유학하며 미국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방학을 이용해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한 달에 20만 원, 6개월을 수강하면 아이디어를 완성하고 특허출원에 도전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또 다른 발명학원은 지방 학생들을 위해 주말과 야간에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은 특허출원을 위한 수업 외에도 발명대회 수상을 위해 발명품 제작도 돕고 있다. 이 학원 홍모 원장은 “이론뿐만 아니라 도면을 그리고 실제 발명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1대1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특허’를 전문으로 하는 특허법률사무소도 생겨났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특허법률사무소는 지난해부터 “우리 아이 특허를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하자 아예 학생 특허만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지난해 가을 문을 열었다.

아이의 특허 ‘스펙’ 쌓기에 치중하는 학부모들을 노리는 브로커들도 있다. 박 원장은 “학생들이 참가하는 발명대회에 가면 특허를 내주겠다며 학부모들에게 접근해 명함을 뿌리는 브로커를 만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특허법률사무소의 송모 변리사는 “강남구 역삼동 특허청 서울사무소 인근에 들어선 특허법률사무소에는 단기간에 특허를 내 대학 입시에 활용하려는 학부모들이 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300만 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면 아이디어부터 특허출원까지 모든 것을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송 변리사는 “고등학생은 내신이 높지 않으면 스펙이 있어도 입학이 어려워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 과정으로서는 긍정적이지만 특허출원 증명서만을 노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국내 특허 10개를 가진 학생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 KAIST의 김지훈 입학사정관은 “특허가 많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생이 사교육에 기대지 않고 자기 주도적으로 했는지를 따져 종합적인 능력과 열정을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임진택 의장은 “초등학생 등 어린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면서도 “대학입시에서는 특허나 공모전 등 결과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기본적으로 학업에 충실했는지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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