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공식은퇴 기자회견
“웃으면서 떠나겠다”…눈가는 촉촉“현주엽 서장훈없이 ABC우승 행복
슛은 자신감, 그 자신감은 연습 뿐”
SK 신선우 감독은 슈터의 자질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른바 ‘두 방론’을 꺼낸다. 요지는 이렇다. “1경기에 3점슛 5개를 넣었다고 하자. 1쿼터에 3∼4개 넣어봐야 큰 소용이 있겠나? 1·2쿼터에는 슛 미스 좀 해도 상관없다. 4쿼터 따라갈 때 두 방. 벌릴 때 두 방. 그게 슈터다.”
필요할 때마다 시원한 3점포를 터트렸던 ‘람보슈터.’ 신 감독의 ‘두방론’에 가장 부합했던 선수. 문경은(40)이 14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30년 농구인생을 마무리했다. 문경은의 첫 마디는 “선배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은퇴하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난 웃으면서 떠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연세대 재학 시절 사상 최초로 농구대잔치 우승을 합작한 이상민과 우지원은 최근 코트를 떠났다. 후배들의 은퇴가 진로를 고민하던 문경은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걔네도 더 할 수 있는 선수인데. ‘나도 이제 끝날 때가 됐구나’ 싶었다”는 말 속에는 아쉬움도 서려 있었다. 하지만 선택은 분명했다. 경기 전 몸만 푸는 선수, 이름값으로 버티며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마무리의 결심을 한 최근 며칠. 문경은의 머릿속에는 농구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어머니와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 현주엽과 서장훈이 빠지고도 ABC 대회에서 우승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가슴 벅차했던 모습. 그 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인 것 같아요.”
프로농구 역대 3점슛 1위(1669개)이자, 대표적인 클러치 슈터였던 그는 후배들에게 “슛은 자신감이요, 자신감은 반복된 훈련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대학교 입학 직전, 하루 1000개의 슛을 던졌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렇게 농구공 가죽의 감촉과 손끝 지문은 일체가 됐다. SK의 전력분석 코치로 새 출발하는 문경은은 이제 지도자로 제 2의 농구인생을 시작한다. SK관계자는 “전례로 볼 때 문경은의 등번호(10번)도 영구결번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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