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릴레이 인터뷰<2>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의 20세 요리사 박성훈 씨

입력 2010-05-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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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박성훈 요리’ 찾아오게 할겁니다”

13세때 처음 ‘칼’ 잡아… 4년새 자격증 5개
“남들과 다르게” 기능올림픽 동양인 첫 金
“선정 소감? 김연아와 나란히 실려 놀랐죠”
그룹 ‘애프터스쿨’의 유이를 가장 좋아한다. 여자 친구가 생기면 요리를 해주려고 한다. 박성훈 롯데호텔 요리사는 평범한 20대 청년이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요리를 먹으러 외국인이 한국을 찾도록만들겠다는 포부를 간직하고 있었다. 홍진환 기자

 그룹 ‘애프터스쿨’의 유이를 가장 좋아한다. 여자 친구가 생기면 요리를 해주려고 한다. 박성훈 롯데호텔 요리사는 평범한 20대 청년이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요리를 먹으러 외국인이 한국을 찾도록만들겠다는 포부를 간직하고 있었다. 홍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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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주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막내가 된다. 전 세계 1등의 기억은 잠시 잊는다. 손님이 사용할 냅킨을 정리하고 주방 곳곳을 청소한다. 금메달리스트의 자부심보다 겸손함과 예의가 엿보인다. 하지만 눈빛은 반짝였다.

박성훈 씨(20). 만 19세에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기능올림픽 요리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롯데호텔 요리사. 동아일보가 선정한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인’에 포함되자 “내 사진이 김연아 선수 사진과 아래위로 나란히 실렸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며 웃었다.

그는 자기 이름을 걸고 최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프랑스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를 가장 존경한다. 10년 뒤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박성훈 요리’를 먹으러 한국에 오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3세부터 요리를 시작했으니 2020년이면 경력 17년의 베테랑이 된다. 헛된 꿈이 아니다.

무명의 10대 요리사는 지난해 9월 ‘스타 셰프’가 됐다. 캐나다 캘거리 스탬피드파크에서 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 서양인이 독식했던 요리 부문 금메달을 박 씨가 거머쥐자 세계 요리업계가 주목했다. 1등의 비법은 ‘미스터리 바스켓(Mystery Basket)’에서 나왔다.

대회의 최종단계인 미스터리 바스켓의 요리 재료는 경기 직전에야 선수에게 공개됐다. 영계 한 마리와 파스타. 3시간 반 동안 닭 요리와 파스타 요리를 4인분씩 만들어야 했다. 짧은 시간이라서 더욱 남과 다른 요리를 만들자고 박 씨는 다짐했다.



“미스터리 바스켓은 총점의 25%를 차지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순서예요. 단시간에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하니 다른 선수들은 모두 닭 가슴살 같은 특정 부위만 이용해 만들 것이 분명했어요.”

박 씨는 시간에 쫓기면서 닭의 뼈를 모두 발라내고 빵과 구운 마늘, 허브를 채웠다. 이 작품으로 평생 한 번의 출전 기회만 주어지는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현장에 있던 부모는 사실 애간장이 탔다. 동작이 다소 느린 아들이 다른 선수와 차별화하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에 도전하자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한다.

아버지 박희준 씨는 한국조리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어머니 홍영옥 씨는 백석문화대학 조리학과 겸임교수. 재료를 보면 아들이 어떤 요리를 만들지 ‘척 보면 척’이라고.

부모의 영향으로 박 씨는 자연스럽게 요리에 눈을 떴다. 13세 때 처음 칼을 잡았고 중학교 졸업 전에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제과제빵 등 요리부문 5개 자격증을 땄다. 2007년에는 전국기능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잠자고 일어나니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스타가 아니라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꿈을 향해 달린 결과였다.

기자가 직접 본 박 씨는 나이 스무 살의, 전형적인 젊은이였다. 그는 “5000만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100인 안에 선정된 사실 자체가 놀랍다”며 김연아 선수 얘기를 했다. 연예인에도 관심이 많아 요즘 활동하는 ‘걸 그룹’은 죄다 꿰고 있다. ‘애프터스쿨’의 유이를 가장 좋아한다고.

여자 친구가 생기면 어떤 요리를 해 줄까? 그는 “이런 상상을 자주 하는데 아는 요리를 모두 다 해 주겠다”고 말했다. 세종대 호텔경영학과에 합격했지만 호텔 근무를 위해 휴학한 상태여서 때로는 대학생활의 낭만을 그리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스무 살 다른 친구들처럼 즐기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주방에 들어와서 칼을 잡고 불을 살피고 반죽을 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사라지고 머리와 가슴에 오로지 요리만 남는다. 스스로도 너무 신기하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동영상 =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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