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반란’ 이성열, 부모님을 위한 행진곡

입력 2010-06-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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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열. [스포츠동아 DB]

백업서 주전…희망의 방망이 ‘펑펑’
2010 시즌 신데렐라의 탄생이다. 두산 이성열(27)이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53경기에 출장해 벌써 11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결승타도 7개나 기록했다. 프로 7년 동안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었던 백업선수가 이제는 한 팀의 주전선수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이성열이 야구를 하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롯데 김수화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김수화 아버지는 순천에서도 한참은 더 들어가야 하는 시골 냇가에서 수영을 하던 이성열의 좋은 체격을 눈 여겨 봤다. 마침 이성열의 아버지와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김수화 아버지는 “야구하기 싫다”던 초등학교 5학년 소년을 설득해 야구계에 발을 들여놓게 했다.

그러나 이성열의 야구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2004년 LG에 입단 당시부터 좋은 체격조건과 펀치력을 인정받았지만 이렇다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8년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후에도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다.

2군과 1군을 오가는 불안한 생활.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야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그동안 자신 때문에 고생한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라 그럴 수 없었고, 만년 2군에 머물러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간헐적이라도 1군에 올라올 수 있는 자신에 대해 불평할 수 없었다.

그저 언젠가 1군에서 뛸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텨온 7년의 세월.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이성열은 다른 것보다 “경기에 계속 나갈 수 있는 매일 매일이 행복하다”고 했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개막전에서 홈런을 친 뒤 구장 한 쪽에 앉아있던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때의 감동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그는 오늘도 방망이를 힘껏 휘두르고 있다.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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