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윤태석기자의 남아공 일기] 치안불안감 날려준 따뜻한 자원봉사자

입력 2010-06-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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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테러, 불안한 치안, 강간, 에이즈….

월드컵 취재를 위해 남아공으로 오기 전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들이었습니다. 지인들로부터 “무사히 돌아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과장된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현지 가이드는 “그들의 얼굴에 속지마라”고 하더군요. 순박한 얼굴이 상황에 따라 돌변 한답니다.

기본적으로 ‘부자들의 돈을 함께 쓰는 게 뭐 그리 나쁜 일이냐’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여기도 역시 사람 사는 곳입니다. 인간적인 정취도 느낄 수 있습니다.

6일(한국시간) 취재 AD를 발급받기 위해 로얄 바포켕 스타디움으로 갔습니다. 이곳에서는 이번 대회 최대 관심사인 미국-잉글랜드 경기가 벌어집니다. 여럿의 자원봉사자들이 취재진을 맞았는데 하나같이 친절했습니다. 이들이 가장 먼저 건넨 말은 ‘니 하오’였습니다. 사실 남아공에 온 뒤 벌써 여러 차례 이 단어를 들었습니다. 그들에게 동양인의 이미지하면 일단 중국이겠죠.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싶어 짧은 영어로 “우리는 차이니즈가 아니다. 사우스 코리아에서 왔다”고 알려줬습니다. 그러자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펜과 메모지를 들고 나타납니다. 그럼 한국말로는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네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알려주자 메모지에 써 놓고는 몇 번을 더듬거리며 반복해 연습합니다. 상대국 말로 첫 인사를 건네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이곳 루스텐버그에 거주하는 흑인들은 주로 츠와나족 출신들입니다. 남아공에는 만델라의 부족으로 유명한 코사족을 비롯해 코사족의 라이벌 줄루족 등 수많은 부족이 있는데 츠와나족은 전통적으로 순박한 평화주의자들이랍니다. 비록 학력수준은 높지 않아 때로 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 일 처리도 느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속 터질 때가 많지만 마음만은 참 순박합니다.

1988서울올림픽 개최 당시 휴전상태인 남북관계 때문에 곱지 않았던 외국인들의 시선을 처음 바꿔놓은 것도 바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그들을 맞은 우리 자원봉사자들이었다죠.



루스텐버그(남아공)|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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