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공격수 염기훈(수원)은 8일(한국시간) 올림피아파크 스타디움에서 “자블라니는 어려운 공이다. 특히 고지대에서는 더 적응하기가 힘든 것 같다. 여기서는 살살 차면 넘어가고 넘어갈 것 같았던 공은 잘 안 나간다”고 토로했다. 이동국(전북) 역시 “트래핑하거나 크로스가 올 때 갑자기 공이 가라앉거나 킥을 할 때 회전이 안 걸릴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자블라니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올 초 남아공 전훈 때 선수들이 하나같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허 감독은 “K리그에서도 자블라니를 써서 빨리 적응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자블라니와 K리그 공인구의 용품회사가 달라 허 감독의 바람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그 만큼 공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논란이 벌어진 지 벌써 6개월이 지났고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는 불과 이틀 남았다. 고지대에서 훈련하고 있다지만 대표팀 소집 때마다 자블라니로 꾸준히 훈련과 경기를 병행해 왔으면서도 아직도 적응 여부를 논하는 건 좀 우려스럽다.
물론 한국 선수들만 불만을 털어놓는 건 아니다. 이탈리아 공격수 지암파올로 파찌니(삼프도리아)는 최근 “자블라니가 골키퍼뿐 아니라 공격수에게도 재앙과 같다. 크로스를 보고 뛰어올라도 공이 움직이는 바람에 헛 헤딩을 하게 된다”고 불평했다. 브라질 주전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인터 밀란) 역시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도 다 어렵다고 하니 나도 어쩔 수 없다는 건 변명밖에 안 된다.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은 얼마 전 스포츠동아와의 설문조사에서 “고지대, 공인구, 날씨, 잔디 등 어떤 것도 변수가 될 수 없다. 월드컵에 출전할 정도의 선수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이동국 역시 자블라니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어려운 건) 상대팀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감을 잡아 우리에게 유리할 수 있도록 이용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태극전사들이 새겨들을만한 조언들이다.
루스텐버그(남아공) |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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