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해설위원의 포커스] 신도 놓칠 메시…‘프리 롤’에 당했다

입력 2010-06-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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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의 메시 수비전술
허정무호로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준비한 작업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프타임 이전까지만 놓고 볼 때 아르헨티나전의 1차 승부처로 본 상대 공격의 핵 메시를 겨냥한 한국의 봉쇄 전략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후반 초반까지는 분위기를 되살렸지만 종료 15분여를 남기고, 집중력과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결과적으로 메시 봉쇄는 실패였다. 김학범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사진·전 성남 일화 감독)의 입을 빌어 한국이 시도했던 메시 봉쇄 전략을 분석해본다.

① ‘메시 존’은 없었다
메시, 왼쪽 아닌 오른 측면 공략
예측 불허 이청용-오범석 아찔


○메시의 루트는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4-1-3-2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디펜스보다 공격에 무게를 둔 모양새였다. 나이지리아전 때의 4-2-3-1 시스템과는 조금 달랐다.

이과인과 테베스가 투톱, 디마리아-메시-막시 로드리게스가 뒤를 받쳤다. 수비형 미드필드에는 마스체라노가 포백 수비라인 앞에서 1차 저지선을 구축했다.

메시의 역할은 ‘프리 롤’이었다. 마라도나 감독은 메시에게 우리 수비 전체가 몰릴 것을 예상한 듯 공격진 한복판까지 올리지 않은 것 같다.

우린 메시를 ‘가둔다’는 생각을 했어야 했다. 상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 하고, 꾸준히 압박을 가해야 했다. 폭을 좁혀 협소한 공간에서 계속 부딪히며 압박 거리를 짧게 가져갔어야 했다. 전반까지 봤을 때 너무 풀어준 듯 했다.

메시는 평소 즐기는 위치(자신의 왼 측면)가 아닌 우리의 오른쪽 측면을 주로 공략했다. 당초 염기훈-이영표 라인에서 서로 맞받아치는 시나리오가 유력했으나 이청용-오범석이 자주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 여기서 우린 허를 찔렸다. 메시의 횡 드리블 방향이 바뀌면서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었다. 1-2로 뒤지던 후반 31분 이과인에 추가 골을 내줬을 때도 메시가 왼쪽(한국의 오른쪽)을 빠르게 돌파하며 시작됐다.

메시는 특유의 전진 드리블도 많았다. 아르헨티나 공격진의 변화가 잦아 메시를 놓칠 때가 조금 많았다. 메시는 테베스뿐 아니라 이과인, 디 마리아 등과 패스 연결도 많았다. 나이지리아전에서 메시에게 가장 많은 패스를 연결했던 베론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 수비진이 곳곳에 퍼져 있는 상대를 너무 의식해 쫓아다니느라 메시 위치를 제때 체크하지 못했다.


② 공수밸런스 능력 아쉬웠다
김정우-기성용 1차 저지선 실패
빠른 역습 ‘순간 대처법’도 부족


○밀고 올라갔어야

메시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1선에선 놓치기 마련이다.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기성용 라인이 최초 책임자 역할을 했으나 확실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열심히 뛰었으나 효율적이지 못했다.

후반전부터 허 감독이 노장 김남일을 투입한 이유도 기성용에 비해 공수 밸런스 전체를 조율할 리드 능력과 되받아칠 수 있는 파이터적 측면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전반 막판에 이청용의 만회 골이 터진 것도 사기가 오르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으나 후반 초반 우리 공격 분위기가 살아난 것도 김남일이 투입되면서부터 이뤄진 일이었다.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벌이고, 빠른 템포로 역습을 시도하며 순간 대처법에 의한 커버링이 이뤄질 때 아르헨티나 진용은 흔들렸다. 후반 들어 우리의 압박 빈도가 늘어나고 상대를 자꾸 외곽으로 밀어내자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서로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반까지 우리는 무리한 움직임이 많았다. 무게를 자꾸 뒤로 두는 경우도 많았다. 억지로 볼을 빼앗으려다가 오히려 우리가 파울을 범해 위기를 자초했다.

특히 메시가 볼을 잡았을 때는 살짝 ‘건드려준다’는 생각을 했어야 한다. 전반에 허용한 아르헨티나의 두 골이 모두 위험 지역 세트피스 상황 때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공간이 자꾸 발생하며 서로의 위치를 의식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공격이든, 수비든 우리가 원한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막판 집중력이 떨어져 이과인에 네 번째 쐐기 골을 내준 것도 모든 수비수가 중앙에 몰렸기 때문이다.

정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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