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윤석민 화풀이 자해…이건 아니잖아!

입력 2010-06-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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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V날리자 과격행동 라커 내리쳐
새끼손가락 골절…6주 공백 불가피

조범현 감독, 곧바로 재활군행 지시
타구단도 “아마추어적 행동” 헛웃음

설상가상이다. KIA 오른손 에이스 윤석민(24·사진)이 오른손 뼈를 다쳤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스스로 다치게 했다. 18일 문학 SK전에서 8이닝 3실점(2자책)으로 호투했지만 팀이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자 분을 이기지 못해 라커 문을 오른손으로 내리쳤다. 오른손 다섯 번째 중수골 골두 골절. 인천 길병원에서는 치료 3주와 재활 3주를 합쳐 복귀까지 6주 이상 걸린다는 소견을 내놨다. KIA 조범현 감독은 소식을 듣자마자 윤석민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광주 재활군으로 내려 보냈다. 그러나 KIA는 20일 문학 SK전에서 선발 서재응이 0-2로 뒤진 6회 2사 2루서 교체된 뒤 덕아웃에서 글러브를 집어던지는 과격한 감정표출을 또 했다.


● 조범현 감독 “책임감 없는 행동”

공 던지는 팔로는 무거운 물건조차 잘 들지 않는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들과 팀의 명운이 걸린 재산이라서다. 그런데 윤석민은 반대였다. 조 감독은 20일 문학 SK전에 앞서 “윤석민은 워낙 승부욕이 강한 편이다. 시즌 초반부터 잘 안 풀려서 얼마 전 면담을 했고, 그 이후 많이 밝아졌다고 여겼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노여움도 숨기지 못했다. “분명 책임감이 없는 행동이다. 열 받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순간적인 충동을 자제하지 못해 얼마나 큰 피해가 왔는지 알아야 한다”면서 “위기 때 올라가서 실점하고 싶어 하는 투수가 어디 있나. 그렇게 잘 안 풀릴 수도 있는 게 야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안 그래도 KIA는 용병 로페즈가 수비 실책으로 실점한 직후 덕아웃 쓰레기통을 걷어차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여 구설수에 올랐던 팀이다. 조 감독은 “투수에게는 공 던지는 팔이 생명과도 같다. 그 점을 미리 충분히 주지시키지 못한 내 불찰도 있다”고 덧붙였다.


● 다른 팀 감독들도 ‘말도 안 되는 일’

KIA 입장에서는 윤석민의 이탈이 무척 뼈아프다. 삼성·롯데·LG에 쫓기고 있는 데다, 모처럼 정상 가동됐던 선발진이 또다시 삐걱거리게 됐다.

윤석민 역시 “SK에 지고 싶지 않았고 내가 해결하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와 자책감이 들었다. 어리석은 행동으로 빠지게 돼 동료들과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도 윤석민의 행동에 대해 ‘아마추어적인 행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LG 박종훈 감독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덕아웃에서 화풀이 하는 게 문화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남이 아닌 스스로를 향한 것이라 하더라도, 다른 이들은 불만이 있거나 팀 분위기를 해친다고 보기 마련”이라고 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나는 선수들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으면 나 모르게 하라’고 한다. 물론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에서”라고 말했고, 두산 김경문 감독도 “감독으로서는 뚜껑이 열릴 일”이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우리 팀의 가르시아 역시 삼진 직후 배트를 부러뜨리며 화를 표출하지만, 절대 몸은 상하지 않는다. 제대로 부러뜨리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무엇보다 덕아웃이나 덕아웃 뒤에서 화풀이 하는 건 보지 못했다”고 했다.

문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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