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파라과이 대사관 홈페이지 화면 캡처
파라과이 대사관 홈페이지의 Q&A 게시판에는 지난 2003년부터 2010년 6월 29일까지 총 360여건의 게시물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약 360개의 글이 등록되는 등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왜 한국 누리꾼들은 주한 파라과이 대사관 홈페이지를 방문했을까?
이유는 이렇다. 29일 남아공 프리토리아의 로프투스 페르스펠트 경기장에서는 남미 강호 파라과이와 ‘블루 사무라이’ 일본의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이 치러졌다.
이날 두 팀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0-0으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가 펼쳐졌다.
승부는 세 번째 키커에서 결정됐다. 일본의 고마노 유이치(주빌로 이와타)가 강하게 찬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온 것. 3-2로 앞선 파라과이는 남은 키커들이 모두 골을 성공시켰고, 결국 일본을 5-3으로 제압했다.
이미 한국이 8강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라이벌 일본의 8강 진출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큰 부러움이 아닐 수 없다. 상대적이지만 일본의 8강 진출은 일본축구가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간접비교도 될 수 있다. 최근 평가전에서 잇따라 완승을 거둔 한국축구팬들로서는 인정하기 힘든 부분이다. 게다가 스포츠와는 상관 없는 ‘반일감정’을 앞세워 무조건 일본의 패배를 원하는 축구팬들도 적지 않았다.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많은 포털사이트와 스포츠 커뮤니티에 파라과이를 응원하는 글이 올라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파라과이는 승리를 거뒀고, 한국 축구 팬들의 걱정 아닌 걱정은 한 순간에 사그라졌다.
경기가 끝나자 누리꾼들은 주한 파라과이 대사관 홈페이지를 찾았고, 파라과이의 승를 축하하는 글을 쉴 새 없이 남겼다. 그러면서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현상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누리꾼들은 대사관 홈페이지 게시판에 “파라과이의 첫 8강 진출을 축하한다”, “파라과이와 대한민국의 우정은 영원하다”, “제2 국적으로 파라과이 국적을 가지고 싶다”라는 등의 장난 섞인 축하의 글을 남겼다.
하지만 이런 누리꾼들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한국이 16강 탈락했을 때 보이던 중국과 일본의 반응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다”라며 "수준 높은 응원문화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8강 티켓을 거머쥔 파라과이는 7월4일 새벽 3시30분 스페인과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김영욱 동아닷컴 기자 hi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